큰장 선 M&A시장… 기업들 뭉칫돈 들고 ‘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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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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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그룹의 한 임원은 최근 김영훈 회장으로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를 인수합병(M&A)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주력 업종인 도시가스 산업의 성장세가 정체되면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김 회장이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다녀온 뒤 포럼의 화두였던 ‘초연결성(超連結性)’, 즉 ‘세상의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연결된다’는 키워드에 푹 빠지면서 이 개념을 구현한 SNS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성그룹처럼 M&A를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외에서 굵직한 기업들이 매물로 나온 데다 기업들의 현금 동원능력도 확충돼 M&A 시장에 큰 장(場)이 선 것이다.

○ 경제위기가 키운 M&A시장

나라 밖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알짜배기 회사들이 대거 매물로 나왔다. 최근 동원산업은 스페인 최대 캔참치 업체인 칼보 산즈로부터 지분인수 제의를 받았다. 국내 금융권도 해외 금융업체로부터 자사의 지분을 인수해 달라는 제안을 잇달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위니아만도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M&A 시장의 수요자인 기업들이 많은 현금을 갖고 있다는 점도 M&A 활성화를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상장회사의 자산 대비 현금 비중은 2002년에 3.9%(250억 달러)에서 2010년에는 6.4%(1100억 달러)로 늘어났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 등의 중앙은행이 저(低)금리를 유지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국민연금이 해외 M&A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점도 국민연금과 컨소시엄을 이뤄 해외 매물을 사려는 기업들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 M&A로 성장한계 넘어라


M&A 전문가들은 통신, 건설, 담배, 건축자재 등 주력 업종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거나 몸집 부풀리기를 통한 경쟁전략이 필요한 기업일수록 M&A에 관심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메디슨 인수에 실패한 KT&G는 최근 경제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그리스 기업들로부터 적극적인 인수제의를 받고 있다. 국내 건설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건축자재기업 KCC는 주식매각 등으로 1조5000억 원대의 현금을 확보해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대형화를 통해 해외 자원개발업체들과 경쟁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한국석유공사는 2010년 캐나다의 하베스트와 영국의 다나, 지난해 미국의 아나다코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도 영국 및 미국계 중소 석유회사들의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M&A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은 무르익었지만 국내 기업들이 과거 M&A 실패의 트라우마(심리적 충격)로 인해 선뜻 매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금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낭패를 봤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재매각하기도 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삼성 역시 1990년대 말 미국의 컴퓨터기업인 AST의 M&A에 실패한 경험과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로 인해 기업을 인수해 신사업을 찾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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