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무역 8위 도약’은 정부 통계오류 탓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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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작년 수출 잘못 집계
WTO, 틀린 수치 그대로 반영… 무협 모른채 발표했다 취소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규모가 세계 8위에 등극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가 하루도 안 돼 거둬들였다. 정부가 잘못된 통계를 낸 탓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무협은 19일 오후 배포한 ‘2011년 한국 무역, 세계 8위 등극’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규모가 1조809억 달러로,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8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16일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세계 70개 주요국 무역통계를 인용한 것이었다. 무협은 “우리나라의 무역규모가 2008년 세계 11위를 차지한 이후 2011년까지 매년 한 단계씩 순위가 상승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협은 20일 오전 “올해 1월 관세청이 최종 확정하고 통계청이 WTO에 통보한 수치에 오류가 있어 배포한 보도자료를 취소한다”고 각 언론에 급히 연락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수출액을 실제(477억4400만 달러)보다 약 20억 달러 많은 496억5700만 달러로 집계한 것이 화근이었다. 한 중견 철강업체가 관세청에 수출액을 신고하면서 ‘10억 원’을 ‘10억 달러’로 잘못 기재한 것이 그대로 통계에 잡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도 정확한 수치인 5552억 달러보다 많은 5565억 달러로 불어났다.

WTO 통계는 이 같은 오류를 그대로 반영했고, 무협은 이를 토대로 ‘무역 세계 8위’라는 홍보자료를 만든 것이다. 수출액을 바로잡으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1조796억 달러로 낮아져 이탈리아(1조801억 달러)에 뒤진 세계 9위다.

수출입 업무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을 통해 WTO 통계를 수정하기로 했다.

김상운 기자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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