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부드러운 가속감이 마치 대형 요트를 모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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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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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올 뉴 XJ 3.0D


자동차업계에서는 최근 ‘디젤이 대세’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전유물 정도로 인식됐던 디젤 엔진은 최근 일반 승용차는 물론 고급차에서도 곧잘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디젤은 시끄럽고 진동이 심하다’는 선입견은 잦아들고, 특유의 힘찬 가속성능과 높은 연료소비효율(연비)이 주목받으면서다.

재규어의 올 뉴 XJ는 브랜드의 최고급 대형세단임에도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올 뉴 XJ 3.0D에 장착된 3L급 6기통 트윈터보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275마력을 발휘한다. 무게가 1940kg에 달하는 육중한 체구가 달리는 속도를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끌어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6.4초. 순간 가속능력 측면에서는 함께 출시된 배기량 5L급의 가솔린 모델과 맞먹는 동력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연비는 L당 12.7km를 주행한다.

‘고급 디젤차’의 관건은 가솔린 수준의 정숙성을 실현하는 일이다. ‘디젤치고는 조용하다’가 아닌, ‘가솔린 못지않게 조용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시동을 걸고 시속 250km의 최고 속도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진동이나 소음이 거슬리는 일은 없었다. ‘디젤차’라는 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가솔린과의 구별도 쉽지 않아 보였다. 운전대를 통해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만이 구별을 위한 유일한 단초였다. 6단 변속기와 맞물린 매끄러운 가속은 마치 대형 요트를 운전하는 듯한 승차감을 구현했다.

국내 고급 수입차 시장에서 이전까지 재규어의 과제는 ‘차별화’ 였다. 벤츠나 BMW, 아우디 등 독일 ‘럭셔리 빅3’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을 파고드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과거에 비해 재규어의 정체성이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전자레인지 다이얼을 돌리는 듯한 회전형 다이얼 변속기나 고급 오디오업체인 B&W의 카 오디오 시스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추앙 받는 이안 칼럼이 선보이는 특유의 유선형 디자인 등 재규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다채로운 특색도 많아졌다.

결국 관건은 브랜드 가치의 정립이다. 독일 고급차와 비슷한 가격을 받으면서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규어만이 가진 특색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어 보였다. 영국 태생 특유의 절제된 승차감과 다양한 고급 편의사양이 재규어의 가장 큰 강점으로 보인다.

뉴 XJ 3.0D의 판매 가격은 1억2830만∼1억3810만 원.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인하분을 반영해 기존보다 1.3%가량 인하된 가격이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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