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美 공장 가보니… 日 공장 통째로 옮긴 듯 문제 즉시 생산라인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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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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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신형 캠리 생산 美켄터키 공장 가보니

윌버트 제임스 도요타 조지타운 공장 사장이 생산의 최종 단계인 검수라인에 들러 직접 신형 캠리를 점검하고 있다. 조지타운=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윌버트 제임스 도요타 조지타운 공장 사장이 생산의 최종 단계인 검수라인에 들러 직접 신형 캠리를 점검하고 있다. 조지타운=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딴따라 딴딴따라∼.”

일본 도요타 공장 조립라인에서 들렸던 음악이 미국 켄터키 주 조지타운에 있는 도요타 공장에서도 흘러나왔다. 자동차 조립 과정에서 결함을 줄이기 위해 문제가 발생한 생산라인이 정지될 때 나는 경고성 음악 소리로 ‘도요타 생산방식(TPS)’의 특징 중 하나다.

6일(현지 시간) 찾아간 조지타운의 도요타 공장은 마치 일본 공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KAIZEN(카이젠)’이라고 쓰인 글자판이 여러 곳에 걸려 있었다. 카이젠은 일본어 ‘가이센(改善·개선)’을 영어로 옮긴 것이다.

도요타가 한국 언론에 미국 생산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으로 생산라인의 사진 촬영도 허용했으며 인근 고등학교 밴드부를 초청해 환영행사까지 열었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품질이 일본 제품과 동등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도요타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

○ 처음부터 끝까지 ‘품질’ 강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가 8%에서 4%로 낮아지자 도요타는 일본산의 수출을 중단하고 이 공장에서 생산된 미국산 신형 ‘캠리’를 내년 1월 18일부터 한국에서 판매한다. 이미 지난달 1차 수출분을 선적했으며 내년에 6000대 이상을 한국에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산보다 물류비용이 늘어나 관세 인하분만으론 큰 소득이 없을 수도 있지만 원화 대비 엔화의 가치가 너무 높고, 같은 제품이라도 일본산의 제조원가가 높아 미국산을 수출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미국 공장의 가동률 하락을 막는 효과도 있다는 게 도요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2010년 이 공장에서 생산된 캠리의 리콜사태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도요타 관계자들은 “신형 캠리는 도요타자동차 사상 최고의 품질”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티브 앤젤로 켄터키 및 미시시피 공장 회장은 “리콜사태 이후 모든 생산공정을 세분해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샅샅이 조사했다”며 “품질검사도 더욱 까다롭게 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자동차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형 캠리의 경우 컴퓨터 시뮬레이션 외에 실차 테스트를 하는 범위를 넓혀 시제작차 100대로 테스트를 했다고 한다.

특히 앤젤로 회장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품질을 철저히 조사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걸로 판명됐다”며 “일부 언론에서 도요타의 품질 문제를 과장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조지타운 공장은 1986년 도요타가 미국에 처음 건설한 공장으로 연간 약 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캠리, 캠리 하이브리드, 아발론, 벤자 등 4개 모델을 생산한다. 내년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인 벤자도 한국으로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

○ 캠리에 희망을 거는 도요타

2008년 도요타는 처음으로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도요타는 2010년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과 올해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 다시 1위 자리를 GM에 내주게 됐다.

지난 10여 년간 미국 시장에서 전체 판매 차종 중 1위를 차지한 캠리의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닛산 ‘알티마’가 바짝 뒤쫓고 있으며 혼다 ‘어코드’, 현대자동차 ‘쏘나타’도 만만치 않은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내년엔 쉐보레의 신형 ‘말리부’도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시장에서 캠리는 지난해 4241대가 판매됐지만 올해는 그 절반을 겨우 넘을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신형 캠리로 그동안의 품질 문제와 판매 부진을 한 번에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윌버트 제임스 조지타운 공장 사장은 “신형 캠리는 단순히 편한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운전의 재미를 느끼도록 설계됐다”며 “한 예로 서스펜션에 들어가는 스프링을 업계에서 처음으로 좌우측이 감긴 방향을 반대로 만들어 운전성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레이서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도요다 아키오 일본 본사 사장이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차를 만들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제임스 사장은 “신형 캠리를 시작으로 내년에 나올 신형 아발론 등 후속 차종들이 크게 바뀌었음을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캠리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타운=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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