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열풍’…판매액 3조원 넘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5일 05시 58분


올해 복권매출, 제한선 훌쩍 넘는 3조1000억 예상
사행산업감독위 활동 후 첫 초과…"판매중단" 권고

올해 복권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복권 판매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자 복권, 카지노 등 사행산업을 규제하고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 감독위원회(사감위)가 복권 판매 중단을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전국 1만8000여곳의 복권판매업자와 소비자의 반발을 우려해 복권 판매중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해 복권판매금, 3조 원 넘어

5일 복권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복권 총매출액은 2조7948억 원으로 12월 매출까지 포함하면 3조1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소비심리가 커지는 12월에는 3000억 원 이상 팔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2조5255억 보다 5000억 원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복권 발행액은 △2007년 2조3810억 원 △2008년 2조3940억 원 △2009년 2조4706억 원 등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복권 판매가 늘어난 것은 경기 불황일수록 복권 판매가 늘어나고, 올해 발매된 '연금복권520' 등 신제품 발매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로또복권이 전체 복권판매액의 95.6%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찍 마감되는 연금복권을 사러왔다가 로또를 사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10월의 '463회' 당첨자가 발생하지 않자 1등 당첨금 436억 원을 보고 그 다음 주 판매가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로또복권 당첨금이 이월된 것은 2008년 2번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1~11월 판매액만으로도 사감위가 권고한 연간 발행한도인 2조8046억 원까지 98억 원만을 남겨둔 상태다. 사감위는 올해 매출액이 발행한도를 큰 폭으로 초과할 것으로 보이자 최근 복권위에 로또의 '발매차단 제한액 설정'을 권고했다. 사감위는 총리실 산하로 매년 복권, 경마, 경륜, 카지노 등 6대 사행산업의 매출 총량을 설정해 사행산업이 과도하게 성장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복권위, 판매 중단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지만 복권위는 사감위의 권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의 반발을 사고, 전국 복권판매점 1만8000여 곳의 판매 중단으로 자영업자들의 영업에 심각한 타격이 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사감위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굳이 지킬 이유도 없다. 복권위 관계자는 "복권 발행을 중단하면 소비자의 집단민원이 발생할 개연성이 크고 영세한 복권 판매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로또의 격주발행, 판매시간 제한 등을 검토했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서민들의 복권 과열을 방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복권열풍이 수그러들 때쯤이면 새 제품을 하나씩 내놔 국민들의 사행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금복권이 출시된 올해(17% 예상)와 로또가 나온 2003년(332%), 엑스포 체육복권이 나온 1990년(44.4%)에는 복권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로또 인기가 줄어들 즈음에 연금복권을 새로 내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권위 관계자는 "복권 구매자 중 월소득 400만 원 이상이 29.1%에 이르고 300만 원 이상까지 합치면 63.9%까지 올라가 고소득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복권은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고 복권판매기금으로 다문화 가정,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돕고 있어 판매 급증이 부정적인 현상은 아니다"고 밝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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