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1,2,3대주주 “지분 57.6% 전량 매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시장선 ‘돌연 매각’에 갸우뚱

하이마트 1∼3대 주주가 한꺼번에 지분을 매각한다. 하이마트 지분 중 약 60%가 공개 매각방식으로 시장에 나오게 됐다.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1일 그동안의 경영권 분쟁 사태의 책임을 지고 나란히 하이마트에서 손을 떼기로 했으며 재무적 투자자인 HI컨소시엄과 함께 자신들이 보유한 하이마트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유진기업은 31.34%, 선 회장은 17.37%, HI컨소시엄은 8.88%의 하이마트 지분을 갖고 있다. 매각 대상인 지분은 총 57.59%다. 선 회장의 자녀인 현석 씨 지분(0.85%)도 매각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전날까지도 경영권 다툼을 벌이던 양측이 갑자기 지분을 팔겠다고 나선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시각이 많았다.

지분 공동 매각에 대한 합의는 지난달 30일 오전 주주총회에 앞서 이미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부 사항이 확정되지 않아 매각에 대한 사항은 당일 발표하지 않았다. 양측은 지난달 30일 각자대표체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각자대표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지분 매각이 완료되는 시점까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1일 하이마트 종가인 7만2200원을 기준으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는 유진기업이 5340억 원, 선 회장 2960억 원, HI컨소시엄 1500억 원이다.

업계는 매각 결정이 ‘불편한 동거’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마트에 투자하고 있는 한 운용사 관계자는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경영권을 장악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더는 하이마트가 의미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하이마트 인수 후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상당한 돈을 벌었으니 지금 나가도 남는 장사를 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유진그룹은 2007년 12월 899억 원으로 2조 원에 이르는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부족한 금액은 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현재 주식가치가 5341억 원이므로 그간 들어간 이자비용을 제외해도 2000억 원 가까이 번 셈이다.

선 회장은 사태가 이렇게 꼬인 데 대한 책임을 같이 지기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마트 지분을 매각한 후 제2의 창업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는 경영권 분쟁 중 임직원들에게 “하이마트를 나가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합의를 하기까지 관련자들이 적잖은 진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한 기관투자가는 “유경선 회장과 선종구 회장을 스무 번도 넘게 만났다. 일주일간 고생하면서 ‘사람이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이마트가 매물로 나오면 사가려는 회사가 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자기기 유통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장성이 좋아 롯데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외국계 사모펀드도 하이마트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