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남경필’ 외통위원장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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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정국 언론 주목 행운… 상임위 처리 불발 비운

“대화-타협하는 선진국회 꿈꿨지만 못 이뤄 송구”

언론 타기를 즐기는 ‘양치기 소년’인가, 국회 폭력 추방을 위해 고민한 ‘햄릿’인가.

2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임한 한나라당 남경필 최고위원(사진)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동안 누구보다도 주목을 받은 인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소관 상임위에서 처리하지 못한 채 본회의 강행 처리로 결말이 났기 때문이다.

남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가 끝난 만큼 외통위원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외통위원장으로서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담아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비준동의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아름다운 선진국회를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꿨지만 미완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남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물리력을 동원한 의사진행에 참여하지 않고 이를 어길 경우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서명한 한나라당 의원 21명 중 한 명이다. 그때부터 그가 한미 FTA 비준안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대야 협상 초반 남 최고위원의 신중한 언행과 끊임없이 야당을 설득하는 모습이 호평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야당의 저지를 뚫고 단호하게 비준안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할 때는 “예전의 남경필이 아니다”는 중진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 의회가 지난달 비준안을 처리한 뒤 남 최고위원의 입지는 좁아졌다. 야당의 요구사항을 상당 부분 들어주고서도 아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친이(친이명박)계 강경파를 중심으로 위원장 퇴진 여론이 비등했다. “매일 ‘한계에 다다랐다’고 노래 부르는 ‘양치기 소년’이다” “언론 노출만 너무 즐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미 FTA 정국은 그가 4선 정치인생 중 ‘국회 비폭력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으로 가장 주목받은 시기이기도 했다.

한 주요 당직자는 “홍준표 대표가 비준안의 외통위 처리를 촉구하면서도 ‘남경필이 살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폭력이 일어나지 않는 방안을 고심한 것도 결국 남 최고위원이 그 나름대로 한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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