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전 대덕구 신일동 한라공조 본사 공장 내 생산라인에서 로봇 팔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용 에어컨시스템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대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다음 날인 23일 오후 대전 대덕구 신일동의 자동차 에어컨시스템 전문기업인 한라공조 본사 공장. 11만 m²(약 3만3000평) 규모에 1291명이 근무하는 이곳 공장은 비가 내려 궂은 날씨에도 활기가 넘쳤다.
자동화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로봇 팔은 굉음을 내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경광등을 번쩍이는 지게차가 갓 생산된 부품을 하역장으로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공장 곳곳에는 ‘GQ TOP 1(글로벌 생산품질 1위) 달성’ ‘2015년 글로벌 점유율 2위’라고 쓰인 현수막이 붙어 있다. 공장 관계자는 “한미 FTA 체결로 생산량이 늘어나며 최근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라공조는 최근 미국 전기자동차 전문업체인 테슬라모터스가 개발한 세단형 전기차 ‘모델 S’에 적용할 에어컨시스템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4월부터 연간 180억 원 규모(2만 대 분량)다. 미국과 일본의 부품업체와 입찰 경쟁이 치열했지만 고유한 기술력에 한미 FTA를 통한 관세 철폐로 갖추게 된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져 계약을 따냈다. 테슬라는 이후 내놓을 후속 모델인 ‘모델 X’에 장착할 부품 또한 한라공조에 주문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매출규모가 약 1조8000억 원인 한라공조는 이전까지 현대·기아자동차로의 납품 의존도가 높았지만 점차 해외업체 납품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수출국가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증가세다. 올해는 15%가량 된다. 이 회사 기술영업팀의 김경남 팀장은 “앞서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업체에 에어컨시스템용 압축기(컴프레서)를 납품해 왔는데 FTA를 계기로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근 대지진 등 자연재해로 부품 공급 차질을 겪은 일본차업체들의 미국 공장에서도 구매를 타진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완성차업체로의 공급뿐 아니라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현대·기아차로의 납품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현지에서 조달하던 일부 부품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산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부품업계가 누리게 될 ‘FTA 효과’는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0.1%의 원가 절감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최대 4%의 자동차부품 수출관세 철폐는 한국산 부품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지난해 수출 규모는 41억2000만 달러. 올 들어 10월 말까지 누적 수출액은 41억3000만 달러(약 4조7600억 원)로 이미 지난해 치를 넘어섰다. 현대모비스 만도 평화정공 에스엘 한라공조 S&T대우 등이 대미 수출을 늘리고 있는 대표적 부품업체다.
부품 수출관세 철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한국차의 원가 경쟁력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KAICA) 관계자는 “미국에서 직접 경쟁하는 일본차와 한국차의 가격차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부품 관세 철폐는 곧 완성차 생산원가에 반영돼 한국차의 시장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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