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신입사원 49명, 개그콘서트로 풀어낸 ‘6주간의 신흥시장 도전기’

  • 동아일보

폼나는 상사맨? 임기응변 달인입니다~잉

《 “앞으로는 미국, 프랑스만 가서는 돈 벌기 힘듭니다∼잉. 무조건 오지로 나가야 합니다∼잉.” 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물산 경영대회의실. 김신 사장과 임원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적막을 깨고 등장한 이는 이 회사 신입사원들. 말끔한 정장 차림의 강순원 씨(26)는 난데없이 인기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을 패러디하기 시작했다. “6주간 우리가 겪은 일들을 소개합니다∼잉.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초보 상사맨들의 신흥시장 개척기입니다∼잉.” 》
삼성물산의 신입사원들이 ‘달인’ ‘애정남’ ‘감사합니다’ 등 다양한 개그 형식을 활용해 경영진 앞에서 톡톡 튀는 신흥시장 개척기를 보고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아프리카를 ‘6대 전략시장’으로 정했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의 신입사원들이 ‘달인’ ‘애정남’ ‘감사합니다’ 등 다양한 개그 형식을 활용해 경영진 앞에서 톡톡 튀는 신흥시장 개척기를 보고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아프리카를 ‘6대 전략시장’으로 정했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의 신입사원 체험 프로그램 ‘글로벌 마이다스’의 성과를 발표하기 위해 모인 49명의 신입사원들은 500만 원으로 일주일간 베트남,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 도전한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냈다. 서툰 영업 실력이었지만 발품 팔고 노력한 끝에 이들 8개 팀은 평균 영업이익 ‘39%’를 달성했다.

○ “갑자기 출장을 갔다고요?”


문성현 씨(28) 등 신입사원 6명으로 구성된 ‘참(CHARM)’ 팀은 9월 말 카자흐스탄에 입국했다. 카자흐스탄 도전은 신입사원 중 최초였다. 바이어와 미팅 스케줄도 완벽했다. 협상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다.

현지에 도착해 바이어를 찾았다. 그런데 “출장 가서 자리에 없으니 집에 가라”는 황당한 말이 돌아왔다. 한마디 양해도 구하지 않고 약속을 깨다니. 회사에서 배운 ‘거래처 직원 응대예절’과는 딴판이었다. 다들 “내 일이 아니다”라며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아는 러시아말이라곤 “스바시바(고맙습니다)”밖에 없어 손짓 발짓을 동원했다. “당신이 새로 담당하면 되지 않느냐”는 귀여운 억지를 부려가며 설득했다. 참 팀은 결국 알록달록한 ‘투애니원(2NE1) 레깅스’를 팔아 매출 185만 원, 영업이익 95만 원을 올렸다.

신입사원들은 기세를 몰아 한국에서 인기 있는 ‘상처 반창고’도 팔기로 했다. 하지만 날벼락이 떨어졌다. 어제까지 없던 법이 갑자기 생겨 6개월의 인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접어야 했다. 문 씨는 “신흥시장에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생겼다. 새 시장을 개척한 선배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 “갑자기 이사를 갔다고요?”


양신혁 씨(28)가 이끈 ‘딜라이트’ 팀은 베트남을 공략하겠다는 출사표를 냈다. 사업 모델은 스티로폼으로 속을 채운 소파인 ‘빈 백’을 수입해 한국에 되파는 것이었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생겼다. 계약 성사를 눈앞에 둔 업체가 갑자기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었다. 상사맨의 기본은 ‘발품 팔기’라는 생각에 호찌민 시내에 있는 업체로 무작정 찾아가기로 했다. “여기까지 오다니 감동받았다”며 업체 사장이 계약서에 사인하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이사 갔다’는 메모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 사무실은 먼지만 날렸다. ‘이게 뭔가….’

부랴부랴 다른 업체를 찾았다. 한창 넉살 좋게 협상하고 있는데 양 씨의 전화벨이 울렸다. “약속시간 한참 지났는데 왜 안 와요?” 당황스러웠다.

사태를 파악해 보니 딜라이트 팀은 택시 운전사의 실수로 엉뚱한 곳에 내렸는데 하필 그곳도 빈 백을 파는 업체였던 것이었다. 그냥 전화를 무시하고 새 거래처를 뚫자면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상사맨에게는 돈보다 약속이 중요한 법. 원래 약속했던 업체로 돌아왔고, 결국 유리한 조건에 빈 백을 공수해 매출 520만 원, 영업이익 198만 원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양 씨는 “상사맨이 멋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신흥시장을 직접 개척해 보니 모든 과정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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