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남자보다 알뜰? 2030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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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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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영수증 男이 3배 더 챙겨… 포인트 적립도 男 〉女역전경기침체에 합리적 소비 늘어

회사원 김모 씨(32)는 요즘 적립카드와 각종 할인쿠폰용 지갑을 하나 더 갖고 다닌다. 점심식사 후 즐겨 찾는 커피전문점의 도장쿠폰, 주유소 적립카드, 백화점 무료주차권, 통신사 카드 등 평상시 소지해야 할 적립카드와 쿠폰이 10개가 훌쩍 넘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음료수 한 병을 살 때도 현금영수증을 꼭 발급받는다. 적은 돈이라도 틈틈이 모아두면 연말 소득공제 때 환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은 ‘쫀쫀하다’고 빈정대지만 김 씨는 “주유할 때 적립카드 포인트만 잘 모아도 영화 한 편을 공짜로 볼 수 있다”며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에누리를 받을 수 있는 통신사 카드를 늘 제시한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 20, 30대 젊은 남성들의 소비가 여성들보다 더 깐깐해지고 있다.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할인·공짜쿠폰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할인카드와 멤버십카드로 무장한 채 합리적 소비에 나서고 있다.

30일 훼미리마트에 따르면 올 들어 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은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0% 증가했다. 이를 성별, 연령대별로 구분해 보면 20, 30대 남성 소비자 비중이 34.4%였다. 반면 같은 연령대의 20, 30대 여성 소비자는 10.4%에 그쳤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편의점에서는 1만 원 미만의 소액 결제가 많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는 사람이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적은 편인데 올 들어 젊은 남성 소비자들이 발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금액이 적더라도 연말 소득공제에 환급받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말 현재 훼미리마트에서 포인트카드로 적립금을 쌓은 20, 30대 소비자 가운데 남성이 60.9%로 여성(39.1%)보다 훨씬 많았다. 이 역시 한 푼이라도 더 모으겠다는 젊은 남성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젊은 남성들의 깐깐한 소비는 구입하는 제품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이 편의점에서는 최근 도시락을 사면 음료를 할인해 주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전체 구매 고객 가운데 52.0%가 20, 30대 젊은 남성이었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덤 상품을 얹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호응이 가장 높은 소비자층은 20, 30대 남성”이라며 “도시락 묶음상품으로 알뜰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포인트까지 쌓으려는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주부들이 주로 찾는 홈쇼핑에서도 알뜰 구매를 하려는 20, 30대 남성의 방문이 늘고 있다. GS샵에서 할인 쿠폰을 쓰는 젊은 남성들의 비중은 2009년 75.7%였으나 올 들어서는 80.0%로 4.3%포인트 늘어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소규모 지출에 무관심했지만 최근에는 달라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젊은 남성들도 합리적인 소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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