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이 애플에 요구한 ‘로열티율 2.4%’는 칩아닌 아이폰 세트가격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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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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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당 13달러… 협상 타결땐 年1조원 수익

포스트잇으로 만든 잡스 17일 독일 뮌헨 시민들이 한 애플 제품 판매점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의 얼굴을 형상화한 접착메모지(포스트잇)에 쓰인 글을 읽고 있다. 뮌헨=로이터 연합뉴스
포스트잇으로 만든 잡스 17일 독일 뮌헨 시민들이 한 애플 제품 판매점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의 얼굴을 형상화한 접착메모지(포스트잇)에 쓰인 글을 읽고 있다. 뮌헨=로이터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해 아이폰 한 대에 약 13달러에 이르는 특허수수료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연간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18일 복수의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에서 애플이 ‘삼성전자가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했다’며 폭로한 특허료율(로열티율)은 당초 알려진 것처럼 통신칩 가격의 2.4%가 아니라 아이폰 전체 세트 가격의 2.4%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폰4의 무선통신 칩셋 가격은 10.25달러 정도라 2.4%는 0.25달러에 불과하지만 아이폰 세트 가격(16기가바이트·GB 기준 560달러)의 2.4%는 13.44달러다. 이는 아이폰을 조립하는 팍스콘의 대당 수익(7달러)의 2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아이폰은 올 상반기(1∼6월) 3900여만 대가 팔렸다. 연간으로는 8000만 대 이상, 약 500억 달러의 매출이 예상된다. 최근 출시한 아이폰4S는 사흘 만에 400만 대 이상 팔리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둘을 합치면 판매량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아이폰 가격의 2.4%가 로열티로 적용되면 삼성전자는 애플로부터 연 10억∼13억 달러(약 1조1500억∼1조5000억 원)를 받게 된다. 이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연간 영업이익(지난해 4조3000억 원)의 4분의 1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애플이 비밀협상 내용 폭로라는 비상식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삼성을 공격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로열티율 협상 내용은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밝힐 수 없다”며 공식적인 확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애플이 당시 공개법정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힌 데다 삼성전자가 시인도 부인도 않는 ‘NCND’ 정책을 취하고 있어 실제로 이에 근접한 로열티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네덜란드 법원이 삼성전자의 애플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한 것은 삼성의 3세대(3G) 통신특허가 표준특허이기 때문에 판매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은 애플이 삼성의 표준특허를 침해했으니 로열티 액수를 협상하라는 의미였다”며 “애플이 아이폰을 많이 팔수록 삼성의 로열티 수익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통신칩 가격보다 비싼 금액의 로열티를 요구한 데 대해 특허전문가들은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허가치는 부품가격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만든 ‘최종생산물(end product)’을 판매한 기업의 수익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삼성의 요구대로 로열티를 못 준다고 버티면 어떻게 될까. 법적으로는 표준특허와 관련해 공정하고(fair) 합리적인(reasonable) 로열티를 제공하라는 규정만 있을 뿐 로열티율에 대한 명시적 기준은 없다. 기본적으로 두 회사의 협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특허권자가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하면 사용자는 반독점법 등을 근거로 제소할 수 있으며, 반대로 특허 침해자가 로열티를 지나치게 적게 또는 전혀 안 내려고 하면 특허권자는 판매금지를 요청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특허법인 우인의 이창훈 미국변호사는 “세트가격의 2.4%는 결코 비상식적인 요구가 아니다”라며 “삼성이 이를 다 못 받아내더라도 애플이 상당한 금액의 로열티 지불 의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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