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의 총 수장을 맡게 된 뱅상 니다 사장은 일본어가 유창하고 한국 여성과 결혼해 한국문화에도 정통한 ‘아시아통’이다. 그는 “한국이 전 세계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에무라 제공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의 뱅상 니다 사장(38)은 한국 시장의 성과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눈동자가 커지고 눈썹이 올라갔다. 일본의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슈에무라 씨가 설립했으며 프랑스 로레알그룹에 의해 2000년 인수된 이 브랜드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37% 성장했다. 슈에무라가 진출한 1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인 데다 전 세계에 트렌드를 전파하는 역할까지 하는 한국 시장이 경이롭기만 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해 전 세계 407개 매장의 매출 ‘톱5’ 가운데는 1위를 기록한 롯데백화점 본점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신촌점, 신세계 강남점 등 3개 매장이 포함됐다.
올 1월 이 브랜드의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한국 언론과 만난 니다 사장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열린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의 역동성이 다른 나라에도 교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상 최초로 글로벌 리테일 미팅과 교육 세미나를 본사가 있는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17일부터 3일간 열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화장품 시장에서는 ‘뷰티 한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니다 사장은 “한국에서 촬영한 광고를 중국이나 대만 등 주변 아시아 국가에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한국이 뷰티 업계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 미국, 유럽, 일본에서 들어오던 뷰티 트렌드가 한국에서 역으로 수출되게 된 셈이다.
프랑스인인 니다 사장은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상대적으로 무지했던 아시아가 궁금해졌고 일본의 대학원에 진학했다. 2002∼2010년 일본에서 ‘로레알파리’와 ‘랑콤’ 등의 브랜드 담당자로 근무해 일본어가 유창하다. 그는 “일본에서 만난 재미교포 출신 한국인 아내와 2007년 결혼한 덕에 한국 드라마와 가요를 즐기는 등 ‘한류’를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장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동일본 대지진 사태를 경험했다. 일본의 내수 경제는 한동안 침체됐다.
“모두 어려운 시기에 사치품을 산다는 죄책감 때문에 한동안 명품 패션 브랜드들의 매출은 주춤했습니다. 그러나 필수품으로 분류되는 화장품은 여파가 덜했고 ‘슈에무라’는 일본 브랜드인 덕에 일본인들의 ‘일본 경제 살리기’ 붐에 힘입어 오히려 수혜를 입기도 했습니다.”
슈에무라 씨가 2007년 작고한 뒤에도, 그와 25년간 함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수석 메이크업아티스트는 여전히 현역으로 뛰며 브랜드의 DNA를 지키고 있다.
슈에무라는 패셔너블하고 젊은 이미지의 브랜드로 통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니다 사장은 올해 화장품 업계 트렌드로 가짜 속눈썹 등을 활용한 극적인 메이크업,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기능을 결합해 경계를 넘나드는 ‘컨버전스’ 제품의 등장, 1 대 1 맞춤식 서비스 등을 꼽았다. 한국 시장이 중요해지면서 좀 더 자주 한국을 찾게 될 것 같다는 니다 사장은 “인사동의 앤티크 숍들과 갤러리를 들르는 것, 장모님 솜씨보다는 못해도 언제나 맛나는 삼계탕 집을 찾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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