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안드로이드 연합군’, 애플에 쩔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삼성전자, HTC 등 ‘안드로이드 연합군’이 애플보다 모바일 단말기를 두 배 이상 많이 팔았지만, 정작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단말기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율은 애플 단말기의 3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시장조사기관 넷마켓셰어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전체 모바일 브라우저 가운데 구글 안드로이드 브라우저의 모바일 웹 트래픽 발생률은 15.7%에 불과했다. 반면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사파리’는 53.0%를 차지해 구글 안드로이드 브라우저의 3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올해 2분기(4∼6월) 안드로이드 연합군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체의 43%를 차지해 점유율이 18%에 그친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를 크게 앞질렀다.

결과적으로 단말기를 많이 팔아도 구글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로 구글 검색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뜻이다.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이유는 광고사업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에 자사의 OS인 구글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단말기 인터넷 초기화면이 구글로 즉시 연결되게 하는 모바일 브라우저 구글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를 넣게 한다.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이 구글 사이트에서 검색 기능을 활용하도록 해 광고수익을 올리려는 전략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구글 검색엔진을 활발히 쓰게 할 생각이지만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정작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구글 광고가 노출되는 기회도 더 적다”고 말했다.

1차적인 이유는 올해 점유율 73.3%로 안드로이드 연합군(17.3%)을 제압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패드 다. 지난해 점유율은 아이패드가 83.3%, 안드로이드 연합군이 14.2%였다. 신동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블릿PC 시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패드가 안드로이드 탑재 태블릿PC들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넓은 화면으로 동영상과 대용량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태블릿PC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문자 형태인 스마트폰보다 훨씬 많은 트래픽을 잡아먹으므로 모바일 기기 전체로 볼 때 애플 사파리가 구글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애플은 통화기능은 없지만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과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아이팟’도 가지고 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성향도 한몫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구글 이용자들은 하루에 한 시간가량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이 중에서 약 40분은 앱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글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로 직접 앱스토어에 접속해 앱을 구매하지도 않는다. 안드로이드 폰에서 주로 사용하는 앱 10개 중 5개는 구글 지도, 지메일, 유튜브 등 구글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앱이다. 애플 이용자들이 다양한 앱을 쓰는 것과 확연히 다른 결과다.

소프트웨어 업체에 근무하는 앱 개발자 김모 씨(35)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간도 적고, 마켓에 들어가 새로운 앱을 사지도 않는다”며 “안드로이드가 단말기 보급 수 등 외적으로 성장한 것은 맞지만 사용자들의 행태나 정교함 등을 본다면 애플 iOS가 더 성숙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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