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의 문턱을 높이면서 이달 들어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은 다행이지만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에만 치중하고 실수요와는 무관하게 전방위로 가계대출을 죄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5일 현재 276조6084억 원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보름 새 4073억 원(0.2%) 감소했다. 올해 2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는 매달 1조 원 이상 증가했었다.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달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가이드라인을 권고한 뒤 은행들이 가계대출 제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자금용도가 명확하지 않은 마이너스통장 같은 대출을 크게 줄이면서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58조6855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617억 원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주택마련용 주택담보대출이 이달 들어 1900억 원 급감하는 등 실수요 대출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는 대신 대기업 위주로 대출 영업을 하면서 대기업 대출은 크게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58조9639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4억 원(1.7%) 늘었다. 6월말 이후 이달 중순까지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4조2609억 원에 이른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209조317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5896억 원(0.3%) 늘어나, 증가율이 대기업 대출에 비해 5분의 1에 불과했다. 자금이 남아도는 대기업에 돈이 몰리는 반면 서민 가계는 실수요 대출도 이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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