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걷다 ‘숨쉬는 신발’ 발명한 이 남자… 이탈리아 1위 신발브랜드 제옥스의 폴레가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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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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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은 아시아 심장… 올해 330억원 매출 목표”

그는 가방에서 반으로 자른 신발과 몇 개의 깔창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쉴 새 없이 자신이 들고 온 신발의 기능을 설명했다. 마른 입술을 적시느라 연신 물을 마셨다.

103개 나라, 1만1000여 개 매장에서 지난해 9억 유로(약 1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이탈리아 1위 신발 브랜드 제옥스의 마리오 모레티 폴레가토 회장(59·사진)은 신입 영업사원이 첫 손님을 대하는 모습으로 제옥스 신발에 대해 이야기 했다.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폴레가토 회장은 “한국 신발시장은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내년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여성 영캐주얼 신발 라인업도 늘려 젊은층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영화배우 러셀 크로를 비롯해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신어 유명해진 제옥스의 수장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국내 시장에서의 높은 성장세 때문이다. 2005년 코오롱FnC와 손잡고 국내에 진출한 제옥스는 현재 47개의 매장에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내 기능성 신발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제옥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약 271억 원. 2009년보다 21% 늘어난 수치다.

그러니 국내 시장에 기울이는 관심도 크다. 이날 오전 7시 국내에 도착해 오후 10시경 출국하는 빡빡한 일정에도 코오롱FnC 관계자를 만나고 제옥스가 입점한 백화점도 두 곳이나 들렀다. 폴레가토 회장은 “아시아에서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심장 같은 곳”이라며 “올해에는 약 33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제옥스의 빠른 성장세는 ‘숨 쉬는 신발’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기능성에 있다. 신발을 항상 쾌적하게 만들어 주는 작은 구멍이 난 신발 바닥과 ‘멤브레인’이라는 특수막 등 30개가 넘는 특허기술은 제옥스의 자랑이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포뮬러 원(F1) 레이싱 팀인 레드불에 레이싱 신발도 공급하면서 다시 한 번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폴레가토 회장은 “3대가 와인을 만드는 집안에서 태어나 양조학을 공부하다 미국 네바다 주에서 열린 와인 컨벤션에 참석한 뒤 여행차 들른 사막에서 발에 땀이 많이 차는 것을 보고 기능성 신발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1990년 직원 5명으로 시작했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직원 3만 명에 뉴욕과 파리 등 세계 여러 도시에 매장을 가진 회사로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컴포트 슈즈’ 시장에서 락포트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는 제옥스지만 고민도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제옥스는 아동화부터 구두를 비롯해 기능성 의류까지 만드는 토털 패션 브랜드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컴포트 슈즈’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옥스는 기술력에 이탈리아 브랜드 특유의 뛰어난 디자인을 더해 국내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폴레가토 회장은 “지난해 인구 약 5500만 명인 이탈리아에서 700만 켤레의 신발을 팔았다”며 “이탈리아의 기품이 묻어나는 명품 디자인으로 젊은층을 공략해 한국에서도 이탈리아처럼 10명 중 1명이 제옥스를 신는 날이 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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