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또 편파인사 논란… 라응찬의 ‘그림자 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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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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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 한동우 회장의 탕평 인사 강조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지주가 ‘편파 인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난해 내분 사태의 여파를 떨쳐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금융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신상훈 전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중헌 인사지원부 소속 본부장(전 SBJ은행 부사장)의 임기 연장을 둘러싼 해프닝에서 라응찬 전 회장의 영향력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 일정 부분 드러났기 때문이다.

논란은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신 전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 본부장의 임기 연장 불가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박 본부장은 지난해 내분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 징계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으나 아직 징계 수위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서 행장은 지난달 23일 박 본부장을 불러 ‘제재심의위원회 날짜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본부장 임기가 끝나가고 있으니 연장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의 본부장 임기는 2년이지만 관례상 1년 연장이 이뤄지곤 했다. 박 본부장 측은 이를 임기 연장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은행 내부에서도 아직 징계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이를 언급하며 임기 연장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합당하지 않으며 신 전 사장의 측근이기 때문에 임기 연장을 안 해주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 행장은 14일 박 본부장을 다시 불러 임기 1년 연장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본부장의 고려대 선배이기도 한 서 행장은 ‘내가 당신 아끼는 것 잘 알지 않냐. 지난번에 한 말은 진의가 왜곡됐다’는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행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임기 1년 연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임원도 아니고 46명의 본부장 중 한 명에 불과한 박 본부장의 인사에 행장이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됐다는 사실 자체를 의아해하는 시선이 많다. 박 본부장이 이백순 전 행장 관련 재판에서 주요 반대 증인이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2009년 9월부터 신한은행 일본현지법인(SBJ은행) 부사장으로 일해온 박 본부장은 올해 초 국내로 불려와 인사관리부에서 특별한 보직 없이 지내고 있다.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다. 박 본부장 이후 신 전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창구 부장, 신 전 사장의 비서실 차장으로 일한 송왕섭 부부장 역시 비슷한 시기에 각각 중국과 일본에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복귀했다. 두 사람은 인사지원부에서 박 본부장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

신한금융의 임원진이나 이사회 구성을 봐도 라 전 회장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올 2월 신한금융지주의 사외이사진 전면개편 때 외국인인 필리프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리테일부문 본부장을 제외하고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연임된 이사는 윤계섭 서울대 교수다. 윤 교수는 2009년 3월 라 전 회장의 추천으로 사외이사가 됐다. 서 행장을 비롯해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최방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김형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 등 주요 계열회사 사장도 모두 라 전 회장과 가깝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내년 3월 이 전 행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은 서 행장의 임기가 끝나면 갈등이 더 커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 내에서는 몇몇 부행장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행장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라 전 회장과 가까운 모 부행장의 방에는 회장이나 행장 방보다 사람들이 더 북적인다는 소리가 있다”며 “신한이 추진하고 있는 매트릭스 조직 도입도 특정인을 밀어주려는 라 전 행장의 포석이라는 뒷말까지 나돌 정도”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태가 한 회장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한다. 한 회장은 2월 라 전 회장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방침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으며, 이번 박 본부장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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