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 “내년 사업분리 성공해 2020년 고객에게 3조 돌려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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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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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농협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50년이 ‘성장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협동조합’이란 비전에 맞게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농협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50년이 ‘성장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협동조합’이란 비전에 맞게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충정로1가 농협중앙회 본사 11층 집무실에서 만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65)의 얼굴은 다소 피곤해 보였다. 그는 요즘 내년 초 금융 부문과 농산물 유통을 담당하는 경제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데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날도 인터뷰 전까지 정부 관계자와의 만남이 이어졌다.

하지만 농협 창립 50주년에 관한 얘기를 꺼내자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무엇보다 선배 농협인에게 오늘의 성과를 돌리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최 회장은 50년 농협 역사의 산증인이다. 경북 경주 출생인 그는 1970년 10월 월성군농협조합 근무를 시작으로 40년 넘게 농협에 몸담아 왔다. 최 회장은 “20년 전에는 생소했던 농산물의 브랜드화를 위해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찰토마토의 수확 현장을 직접 촬영했다”며 “당시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오해한 농민들이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은 채 나와 진땀을 뺐다”고 회상했다.

―농협 50년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한 가지만 소개한다면….

“과거 농촌에 만연했던 고리사채를 근절시킨 게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농민들의 절반가량은 가을에 수확을 해도 연초에 빌려 쓴 평균 50%가 넘는 사채 이자를 갚느라 제대로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농촌에서 사채를 빌려 농사를 짓는 경우는 거의 없다. 농협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농협의 최대 현안은 내년으로 예정된 사업부문 분리다. 현재 진행상황은….

“내년 3월 2일에 금융과 경제사업을 분리하기 위해 ‘사업구조개편위원회’와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10월부터는 금융부문의 신상품 개발을 준비하고, 내년 1월부터는 사업 분리와 관련한 법적 절차를 밟아 나갈 예정이다.”

3월 국회에서 통과된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개정 농협법’에 따라 농협은 내년 3월 경제와 금융부문의 지주회사를 만들고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회사, 농협손해보험회사를 만든다.

―사업 분리를 위해 필요한 자본 조달은 잘 이뤄지고 있나.

“한집에 살던 식구를 분가시킬 때 돈이 드는 것처럼 사업 분리도 자본이 필요하다. 현재 12조2000억 원이 부족한데 농협은 자체적으로 6조2000억 원을 조달하고, 부족한 6조 원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의 요청으로 사업 분리 일정을 앞당긴 만큼 최대한 지원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사업구조 개편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어 내부 갈등이 벌어졌다.

“임직원들은 ‘사업을 분리하면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분리해서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인원은 더 많이 필요하다. 올해 이미 신입사원 700명을 뽑았고 추가적인 인원도 필요하다. 조합원들에게 사업의 의미를 설명하느라 전국을 20차례 돌기도 했다.”

―4월 발생한 농협 전산망 마비 사건은 잘 마무리됐나.

“2015년까지 모두 5175억 원을 투입해 재발 방지를 위한 시설투자와 전문인력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전산장애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이미 발표했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리지 않도록 정보기술(IT) 부문의 투자와 지원을 늘려 나가겠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얘기가 나온다. 한중 FTA가 타결되면 국내 농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책은 있나.

“외국산이 들어와도 한우 산업은 살아남았다. 한국의 농촌이 특화된 농산물을 생산하면 오히려 중국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소농(小農) 중심으로 이뤄진 한국 농촌의 현실을 외면하고 미국이나 유럽 같은 기업형 농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일부 학자의 주장은 현실성이 낮다고 본다.”

최 회장은 ‘친환경 농산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농산물만 생산할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50년간 농협이 나아갈 길은….

“50년간 농협은 국내 최대 협동조합으로 성장하면서 농촌사회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앞으로의 50년은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협동조합’이란 비전처럼 생산자와 소비자, 농촌과 도시, 농협과 임직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게 목표다. 특히 내년도 사업 분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2020년에는 약 3조 원의 추가 이득을 농민과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12월 취임한 최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이면 끝난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재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 회장은 “농협중앙회의 사업부문 분리에만 최선을 다하겠다. 지금은 연임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1961년 8월 15일이 창립일인 농협은 농번기를 피해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전국 조합장 및 농업인 등 4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0주년 기념 ‘전국 농업인 한마음 전진대회’를 연다.

도시 소비자들이 우리 먹거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식(食)사랑 농(農)사랑 운동’도 펼쳐 나가기로 했다.대담=임규진 산업부장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최원병 회장은


▲1946년 경북 경주 출생 ▲1965년 포항 동지상고 졸업 ▲2008년 위덕대 경영대학원 졸업 ▲1991∼2006년 경북도의회 4∼7대 의원(2002∼2004년 경북도의회 의장) ▲2007년 12월∼현재 농협중앙회 회장 ▲2009년∼현재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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