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중소기업 적합품목 대기업 진입… 일률적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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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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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29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서귀포=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29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서귀포=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대기업의 진입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가는 게 맞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29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중기 적합품목 제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곽 위원장은 이날 주제 강연을 하기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하계포럼에 참석했다.

○ 적합품목 세부적으로 봐야

곽 위원장은 동반성장 이슈를 놓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견해를 밝혔다. 재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목표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초과이익공유제 논쟁으로 동반성장 취지가 훼손되면 안 된다”며 “동반성장의 핵심은 산업생태계 구축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에 일방적인 시혜를 베풀기보다 똘똘한 중소기업들과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초과이윤을 나눠주는 초과이익공유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곽 위원장은 “중소기업 적합품목제가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일률적으로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회색지대’ 발언에 공감의 뜻을 표시했다. 최 장관은 “중기 적합품목 선정에서 흑백논리는 안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역을 구분할 수 없는 회색지대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25일 언급한 바 있다.

곽 위원장은 “중소기업 고유업종제가 2006년 말 폐지된 이후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너무 많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라며 “중기 적합품목제는 이미 해당 영역에 투자한 기존 대기업들이 있다는 점과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더불어 경쟁력을 높일 분야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다양하고 세부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적합품목 지정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두부시장을 사례로 들면서 “두부의 모든 품목을 한꺼번에 적합품목으로 규제하기보다 대기업이 포장기술을 중소기업들에 전수해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현 정부 체제 지키려는 것…포퓰리즘 아니다”

‘대기업 길들이기’ 논란을 빚고 있는 연기금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선 미래 성장동력 차원에서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문경영인 시대가 열린 이후 기업들이 과거 정주영 이병철 회장과 같은 창업자들이 일군 주력산업에 안주해 단기적 성과에만 치우치고 있다”며 “5∼10년 앞을 내다보고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하려면 연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견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곽 위원장은 “내년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10개 이내 기업으로 구성된 ‘포커스 리스트(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 명단)’를 만들어 내년 초 기업명과 주주권 행사 목적 등을 미리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가가 2배나 뛴 태광 사례처럼 연기금이 투명하게 감시자 역할을 해 기업 가치를 올리겠다”면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외국인 투기세력으로부터 지배구조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 오너들은 오히려 환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와 반기업 포퓰리즘 논란에 대해 “정부 역할은 시장경제에서 탈락한 자를 보듬는 것”이라며 “체제를 지키기 위해 시장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지 포퓰리즘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한편 이날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한 기업 관계자가 ‘기업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한 마음이 궁금하다’는 뼈있는 질문을 던지자 곽 위원장은 “이 대통령은 민간 중심으로 경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단, 장남(대기업)이 잘될 경우 동생(중소기업)을 좀 더 배려해주는 것이 형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귀포=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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