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으로 원유(原乳)가 부족해 시중에서 우유를 구입하기 힘든 ‘우유 대란’이 원유 가격 인상이라는 두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낙농가들은 28일로 예정된 원유 가격 인상 회의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달 안으로 우유업체에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우유업체들은 정부의 물가 압박이 심한 가운데 원유 납품가 인상은 바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낙농가들의 인상폭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 낙농가 “3배 폭리” 유업체 “거품 아니다”
낙농가들의 이익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기본적으로 2008년 이후 목장 원유 기본가격이 L당 704원으로 3년간 동결됐으나 이상 기후로 우유 생산량은 10% 이상 감소하고 사료값 등 경비는 폭등했다며 원유가를 L당 173원 인상된 877원으로 올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우유업체들이 무려 2배 가까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사료값 상승, 젖소 부족 등으로 원유 납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생존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우유업체들은 실제로 우유 판매로 벌어들이는 마진은 5% 미만이라며 L당 41원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낙농가들이 폭리 운운하며 자신들을 몰아세우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목장에서 갓 짜온 우유를 바로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살균, 포장, 유통 등의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우유 가격에 거품이 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우유업체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가 낙농가에 지불한 L당 원유가격은 840∼893원 선이다. 우유 속 지방, 세균 수, 체세포 수치 등을 감안한 원유의 품질에 따라 가격이 조정된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은 제조 가공비, 인건비 등을 더해 일선 대리점에 1442원 선에 출고한다. 대리점과 대형마트는 각각 20%가량의 마진을 붙이며 소비자들은 1L짜리 흰 우유를 보통 2180∼2250원에 사먹는다.
낙농가와 우유업체 간 중재 역할을 해온 낙농진흥회는 28일 예정된 소위원회에서 100원 안팎의 원유 납품가 인상이라는 절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 “수입산 젖소에 무관세”
최근 우유 대란의 원인이 된 젖소 부족 사태도 금세 해결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미 소에서 태어난 젖소가 젖을 생산할 때까지 최소 25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낙농가들 사이에서는 청정지역인 호주산 젖소를 수입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농가는 9월경 호주산 젖소를 들여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 모든 나라의 젖소가 광우병이나 다른 질병이 발생한 이력이 있어 우리나라가 젖소를 수입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호주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우유 대란의 원인이 된 젖소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산 젖소 1만 마리에 대해서는 관세를 물리지 않는 ‘할당관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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