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의 '이상한 파업'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8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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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제 도입을 둘러싸고 사측과 대립하고 있는 SC제일은행 노조의 파업이 28일 이틀째 이어졌습니다. 은행권에서는 2004년 옛 한미은행의 파업 이후 7년여만의 첫 전면파업이라 내심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예상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일단 파업하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집회나 구호소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파업을 선언한 노조가 27일 곧장 강원도 속초의 한 콘도로 떠났기 때문이지요. 노조는 그곳에서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지점의 상황도 차분한 편입니다. 일부 지점에서 신규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객을 돌려보내거나 다른 지점으로 안내하는 식의 차질을 빚고 있지만 전체 직원의 50%가 넘는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빠진 점을 감안하면 큰 혼란은 없다는 평가입니다.

은행 측은 파업 가능성에 대비해 몇 달 전부터 대체인력 등을 확보하면서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달라진 금융환경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상당수 고객이 인터넷 뱅킹이나 폰뱅킹을 활용하면서 전과 같이 창구를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조의 파업 사실 자체를 모르는 고객도 상당수였습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지점을 찾은 한 고객은 은행 측이 대기시간이 길어질까 봐 준비해놓은 요구르트와 과자를 보더니 도리어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묻기도 했지요.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체인력으로 임시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당장 월말이 되면 더 많은 고객이 지점을 찾을 테고 불편도 커지게 됩니다. 남성 직원 평균 연봉이 8500만 원인 이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데, 파업마저 장기화되면 고객들의 불만과 이탈도 발생하겠죠. 신규업무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도 큰 타격입니다. 지난해 순익이 무려 25%나 떨어지는 부진한 실적을 보였는데 이대로라면 올해도 장담할 수 없지요.

노사 협상은 아직 제자리걸음입니다. 28일에는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의 김문호 위원장이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을 만났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입니다. 시장에선 스탠다드차타드의 '한국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SC제일은행 노사가 이번 갈등국면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됩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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