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더 싸게… 복날 치솟는 닭값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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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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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삼양사와 손잡고 직영 양계농장 운영
QR코드로 가공모습도 공개

삼계탕용 생닭으로 판매할 수컷 병아리를 키우고 있는 최영수 씨가 병아리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사료 회사인 삼양사 및 닭 사육 농가와 손잡고 직영으로 닭을 키워 다음달 14일 초복부터 싼값에 팔 계획이다. 롯데마트 제공
삼계탕용 생닭으로 판매할 수컷 병아리를 키우고 있는 최영수 씨가 병아리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사료 회사인 삼양사 및 닭 사육 농가와 손잡고 직영으로 닭을 키워 다음달 14일 초복부터 싼값에 팔 계획이다. 롯데마트 제공
하루 동안 78.5mm의 비가 내렸던 23일 인천 강화군. 약 1650m²(약 500평) 규모의 작은 농장에서 삼계탕용 웅추(雄雛·수컷 병아리) 4만5000마리를 키우고 있는 최영수 씨(41)는 거센 빗줄기 속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침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배수로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초복(다음 달 14일)을 앞두고 최 씨가 키우고 있는 병아리들은 삼계탕용으로 소비자들에게 싼값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지금까지 중소 중간유통 상인 등에게 삼계탕용 생닭을 팔아왔지만 이번 여름부터는 유통업체인 롯데마트, 사료회사 삼양사와 손잡고 판로를 바꿨다.

○ 요동치는 닭값

그동안 닭고기 유통은 하림 등 대형 브랜드 회사들이 직영농장이나 계약농가에서 닭을 공급받아 도계(屠鷄·닭을 잡는 것)와 가공 등의 과정을 일괄적으로 맡은 뒤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거나 중간유통 상인들이 농가에서 닭을 사 도계장, 가공장 등으로 보낸 뒤 소매점에 파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유통 과정이 복잡해 수수료가 많이 붙었다. 여기에 최 씨 같은 생산자는 자신이 키운 닭이 어느 과정을 거쳐 소비자 손으로 들어가는지 알지 못했다. 소비자들도 몇몇 브랜드가 항생제를 쓰지 않고 키운 닭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생산이력제 적용 상품을 빼면 어디서 키운 닭을 먹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닭값도 들쭉날쭉했다. 대형마트들은 기업간거래(B2B) 형식으로 닭고기를 공급받다 보니 자체적으로 물량 조절을 할 수 없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셋째 주 1633원이었던 도축 전 닭값은 7월 둘째 주에 2433원까지 올랐다가 12월 1528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4월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여파로 2600원까지 오르는 등 진폭이 컸다. 여기에 해마다 복날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나 닭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 유통 단계 줄이고 판로 확보

롯데마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료회사인 삼양사와 손잡고 직영농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삼양사가 사료 공급과 닭 사육 과정에 필요한 중간 관리를 해주고 농가가 직접 닭 사육 및 도계, 가공을 하면 대형마트가 이를 팔아 중간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다. 여기에 하림 등 대형 브랜드 업체들이 진행하는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롯데마트 ‘볶음탕용 닭’ 포장지에 있는 QR코드.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 ‘볶음탕용 닭’ 포장지에 있는 QR코드. 롯데마트 제공
4월 강화도에 있는 3개 농장을 비롯해 경기 포천시와 연천군에 있는 7개 농장과 계약을 맺은 롯데마트는 강화도 3개 농장에서 이번 여름에 19만5000마리를 공급받기로 했다. 경기 포천시와 연천군에 있는 7개 농장에서 닭볶음탕용 닭을 월평균 12만 마리씩 들여올 예정이다. 25일부터 시중가보다 25%가량 싼값에 닭볶음탕용 닭을 선보이고 있는 롯데마트는 4100원인 삼계탕용 생닭도 다음 달 7일부터 약 15% 싼값에 내놓을 계획이다.

판로가 확보되니 농가에도 득이 됐다. 전에는 중소 중간유통 상인들을 통하다 보니 판로 확보가 어려워 농가 입장에서는 공급 물량을 늘리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부터 롯데마트에 닭을 납품하고 있는 정영상 씨는 “판로가 확실하니 물량을 늘리고 품질에 신경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롯데마트는 닭볶음탕용 닭 포장지에 QR코드(격자무늬 스마트폰용 바코드)를 달아 소비자들이 농장이나 가공장의 모습은 물론 사육 프로그램 등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김환웅 롯데마트 닭고기 상품기획자(CMD)는 “직영 농장 물량을 늘려 닭값 안정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생산이력제 시스템도 개발해 닭 사육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을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화도=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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