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박재완”… 재정부 직원들, 장관 취임 한 달 평가

  • 동아일보

취임한 지 한 달가량 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업무 스타일이 예전 장관들과는 눈에 띄게 달라 관가에 화제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면서 60대 나이에 경제부처 수장(首長)에 오른 강만수, 윤증현 전 장관과 달리 박 장관은 50대 중반인 데다 교수로 오래 재직해 재정부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자존심 강한 경제 관료 엘리트들이 모인 조직을 장악하고 업무를 잘해 낼 수 있을지’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박 장관이 효율성을 추구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정부 직원들은 박 장관을 △스마트(smart) △효율 △소통 △아이디어 △안정 등 5가지 키워드로 평가했다.

재정부 공무원들은 박 장관이 온 뒤에 국회 관련 업무 부담이 확 줄어 ‘효율성’이 올라갔다는 점을 가장 반긴다. 박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1급 이상 고위공무원을 제외하고는 국회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한 과장은 “장관 취임 이후에 불필요하게 국회에 가서 대기하지 말고 국·실장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청사에서 일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예전에는 국회가 열리면 사무관부터 장관까지 우르르 국회에 가야 했지만 그게 없어져서 시간 낭비가 줄었다”고 말했다.

장관의 이런 소신은 17대 국회의원, 대통령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 등 국정 경험이 많아 국회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위공무원들은 업무 파악 강도가 세져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박 장관은 과거 재정부 수장들보다 젊다 보니 ‘스마트기기’ 사용에도 익숙하다. 그는 아이패드를 이용해 신문을 보거나 e메일을 확인하고, 스마트폰(갤럭시S)을 사용한다. 재정부 직원들은 e메일로 급한 보고를 보낼 수 있게 돼 시간 낭비가 줄었다고 반긴다.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려는 자세도 박 장관의 장점으로 꼽힌다. 재정부 관계자는 “흡연자인 박 장관은 ‘담배 한 대 피우자’며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업무와 상관없는 대화를 나누며 소통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흡연구역에서 기자들과 담배를 피우며 ‘노변정담(爐邊情談)’을 나누기도 했다. 그는 업무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을 때는 수시로 직원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남기고 격려의 메시지도 전한다. 하지만 장관이 직접 연락을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공공요금을 시간대별로 차등 부여하는 등 신선한 접근법과 튀는 아이디어도 박 장관의 주무기다. 예를 들어 택시요금과 관련해 타는 손님이 많으면 요금을 더 내는 것은 어떤지 묻는다는 것이다. 외국처럼 승객 수가 늘어나면 요금을 더 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자 출신인 그가 ‘콜렛-헤이그 규칙’ 등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경제용어들을 자주 쓰면서 공무원들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보통 장관이 바뀌면 조직 장악을 위해 조직개편이나 인사를 단행하지만, 박 장관은 조직 안정을 위해 인사를 뒤로 미뤘다. 재정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대대적인 인사나 개편이 없을 테니 안심하고 일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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