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아니 명예영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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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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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현정은 회장 등 기업인들 대거 활동
인맥-입지 확대… 해당국도 투자 유치 ‘윈윈’


‘기업인 명예영사’ 전성시대다. 기업 오너와 전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세계 각국의 명예영사로 활동하면서 민간외교의 주축을 맡고 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올해 1월 에스토니아 명예영사로 위촉됐다. 에스토니아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해왔다. LG디스플레이가 폴란드에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짓는 등 북유럽 지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우호적인 관계를 맺자며 손을 내민 것이다. LG디스플레이로서도 반가운 일이었다. 에스토니아는 인구 130만 명의 작은 국가이지만 정보기술(IT)분야에서 첨단 기술과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IT 선진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권 사장이 명예영사가 된 만큼 향후 에스토니아와의 교류 및 협력을 점차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해 4월 브라질 명예영사를 맡았다. 현 회장은 명예영사에 취임한 뒤 첫 번째 활동으로 지난달 30일 브라질 리우그란데두술 주와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 주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대학을 다니고 주정부 에너지장관을 지낸 곳이다. 현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가 브라질을 중심으로 중남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만큼 회장이 명예영사를 맡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명예영사의 선두주자 격이다. 김 회장은 1983년부터 1993년까지, 2007년부터 현재까지 그리스 명예영사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 얼마 전 유럽 순방 때는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을 만나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부탁했고 파풀리아스 대통령도 흔쾌히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오랜 기간 명예영사로 활동하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쌓아놓은 덕분”이라는 게 한화그룹 측의 설명이다.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도 헝가리 명예영사 활동에 적극적이다. 한국타이어는 헝가리에 최대 규모로 투자를 하는 기업인 만큼 현지 정부에서 조 사장을 명예영사로 위촉하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교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역시 헝가리에서 공장을 증설하고 고용 창출에 발 벗고 나섰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 사장이 명예영사에 취임한 뒤 헝가리 현지 직원들도 매년 ‘호박축제’에 참여해 헝가리 사람들과 교류를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명예영사가 유행처럼 번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업과 해당 국가 모두 이득이 되는 ‘윈윈’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들은 자국에서 활동 중이거나 향후 진출하려는 기업 대표를 명예영사로 위촉해 투자를 이끌어 내거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고, 기업은 해당 국가에서 인맥과 입지를 넓힐 수 있다.

‘봉사활동’형 명예영사들도 있다.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한국에 사는 베트남 여성을 돕는 데 나서고 있고, 김광호 모나리자 회장은 국내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근로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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