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쇼크’에 글로벌 금융시장 또 출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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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발(發) 충격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출렁였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 등급으로 떨어뜨리자 세계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며 경고등을 밝혔다. 여기에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발표되자 투자심리는 더 얼어붙었다. 유럽 재정위기 공포에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마저 고개를 들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급등했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3% 아래로 내려앉았다.

또 이달 말 미국의 2차 양적완화(유동성 공급) 종료를 앞두고 글로벌 자금들이 증시에서 이탈할 우려마저 커지면서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 악재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분간 세계 증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그리스 쇼크, 세계 증시 강타


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7.14포인트(1.27%) 떨어진 2,114.20에 장을 마쳤다. 간밤 미국 증시가 2% 이상 급락한 데 이어 외국인투자가들이 사흘 만에 다시 ‘팔자’로 돌아서며 장중 한때 2,100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약 400억 원을 순매도한 반면에 개인투자자들이 약 2800억 원을 순매수하며 간신히 2,100 선을 지켜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1.69% 떨어진 것을 비롯해 대만 자취안지수(―0.78%),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40%)도 일제히 약세였다.

전날 무디스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3단계 낮춘 것이 세계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무디스는 “채무조정 없이 그리스가 정부 부채를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며 “상황에 따라 그리스 등급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Caa1은 디폴트 가능 첫 단계로 아르헨티나도 2001년 이 등급을 받은 지 5개월 만에 디폴트를 선언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사태가 추가 구제금융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지만 유럽연합(EU) 내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을 막기 어렵다”며 “추가 지원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증시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미국 경기, ‘소프트패치’

예상보다 나쁜 미국 경제지표들도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를 키우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날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가 발표한 5월 제조업지수는 53.5로 전달(60.4)보다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시장 예상치(57.6)보다 낮았다. 이는 2009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미국의 제조업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5월 민간부문 고용도 3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작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을 보였다. 3일 발표되는 5월 고용 통계치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악화돼 글로벌 경기가 더블딥(회복 후 재침체)에 빠지기보다는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일시적으로 침체를 겪는 ‘소프트 패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연구원은 “미국 부동산은 여전히 침체에 빠져 있고 제조업 경기도 둔화되고 있지만 여기에는 일본 지진 영향도 커 2차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경기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는 부진하지만 철강, 기계, 자동차 업종은 고용이 빠르게 늘고 있고 기업들의 투자와 대출도 증가하고 있어 경기 회복이 느리지만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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