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年 700만t 유연탄 확보한 印尼 노천광산 가보니

  • 동아일보

1.5km 거대분지 ‘검은 노다지’ 캐기 한창

18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있는 바얀리소스의 와하나 광산에서 헝칸 첸 현장소장이 작업장을 가리키고 있다. 이곳에선 지난해에만 260만 t의 유연탄을 생산했으며
올해는 416만 t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칼리만탄(인도네시아)=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18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있는 바얀리소스의 와하나 광산에서 헝칸 첸 현장소장이 작업장을 가리키고 있다. 이곳에선 지난해에만 260만 t의 유연탄을 생산했으며 올해는 416만 t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칼리만탄(인도네시아)=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섬 반자르마신에서 비포장도로를 세 시간쯤 달리자 광활한 황무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유연탄과 흙무더기를 실은 85t짜리 대형 덤프트럭 수십 대가 일으키는 먼지에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워낙 길이 안 좋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갈아타고 다시 22km를 달리자 하나의 거대한 분지가 나타났다. 구덩이 지름이 약 1.5km. 서 있는 곳으로부터 110m 발아래에는 굴착기 19대가 쉴 새 없이 유연탄을 퍼내고 있었다. 기자가 18일(현지 시간) 찾은 이곳은 인도네시아 광산업체인 바얀리소스가 칼리만탄(보르네오) 섬에서 운영하고 있는 ‘와하나 광산’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바얀리소스의 주식 20%를 6100억 원에 사들여 연간 700만 t의 유연탄을 확보했다. 조만간 이 회사에 이사를 파견해 경영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한전이 해외 자원기업의 주식을 이처럼 대량으로 매입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화력발전에 필요한 핵심 연료로 최근 값이 크게 오른 유연탄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중국과 인도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까지 겹쳐 유연탄 가격은 이제 ‘금값’이 됐다. 국제 유연탄 시세(호주 뉴캐슬탄 기준)는 2005년 t당 47달러에서 올해 105달러로 뛰었다.

광산이라고 해서 막연히 한국의 지하 막장을 상상했지만 이날 찾은 와하나 광산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이곳은 탄층이 지표 부근에 몰려 있어 막장이 땅 위에 노출돼 있는 전형적인 ‘노천 광산’이었다. 인도네시아 광산들은 대부분 노천 광산이어서 고가(高價)의 굴착 장비가 필요한 지하 광산에 비해 경제적이다. 게다가 광원들의 임금도 월 60만 원대에 불과해 인건비도 싸다. 굴착기가 5년째 파내려가다 보니 광산은 어느새 계단식 논처럼 16도의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현장 소장인 헝칸 첸 씨는 “30m만 더 파내려 가면 탄층이 지하 깊숙이 박혀 있어 한국처럼 지하 채광을 해야 한다”며 “예전 같으면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 포기했겠지만 요즘은 유연탄 값이 많이 올라 지하 채광을 해도 수익이 남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바얀리소스 측은 지질 탐사팀을 동원해 이르면 2014년부터 지하 채광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해 폭우로 목표량인 450만 t에 못 미친 260만 t을 캐냈다”며 “올해는 다행히 기상 여건이 좋아 416만 t 이상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탄광에서 약 380km 떨어진 발릭파판 항구의 석탄터미널도 최근의 높은 유연탄 수요를 반영하듯 이를 배로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특히 여러 탄광에서 생산된 다양한 탄질의 유연탄을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적절한 비율로 섞어주는 ‘블렌딩(blending)’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졌다. 컨트롤 룸을 가보니 총 16개 저탄장에 쌓여 있는 산지별 유연탄이 어떤 비율로 어느 배에 옮겨지고 있는지가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표시됐다. 블렌딩을 마친 유연탄은 석탄의 성분을 검사하는 ‘샘플러’를 거쳐 배에 선적된다.

이처럼 유연탄을 섞는 것은 열량이 5700Cal 이상 나오는 고열량탄 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4000∼5000Cal의 저열량탄과 섞어 발전업체들이 원하는 가격대로 맞춰주기 위한 것이다. 석탄터미널 관계자는 “돈 많은 일본 발전업체들이 과거에는 고열량탄만 선호했지만 이제는 탄값이 워낙 비싸 저열량탄을 섞어 쓰는 추세”라고 말했다.

칼리만탄(인도네시아)=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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