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에서 보드게임을 즐기던 김길오 씨(48)는 국내에서도 유럽처럼 보드게임이 앞으로 집집마다 보급되리라 생각하고 2004년 ‘코리아보드게임즈’라는 회사를 열고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 유명 보드게임을 수입해 국내 서점에 주로 판매했다. 김 사장을 포함해 직원 3명이 열심히 뛰었지만 한 해 매출은 3억 원에 불과했다. ‘보드게임 시장은 분명 커질 텐데 판로를 어떻게 뚫어야 하나.’
김 사장의 고민은 커졌다. 그러던 중 2005년 김 사장은 이마트가 ‘중소기업박람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이마트가 판로를 열어준다는 것. 김 사장이 그곳에 출품하겠다고 하니 모두가 말렸다. “직원들은 ‘우리처럼 작은 회사를 이마트가 거들떠나 보겠냐’며 말렸어요. 하지만 저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이 박람회에서 코리아보드게임즈는 주부평가, 임원평가 등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직거래 업체로 선정됐다. 이마트 완구담당 바이어도 보드게임의 성장성을 보고 작은 회사지만 과감하게 거래를 결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회사 매출은 2005년 12억 원에서 2008년 59억 원, 지난해 102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6년 만에 회사 매출이 무려 34배로 증가한 것.
확실한 판로를 개척한 코리아보드게임즈는 이후 할리갈리, 뱅 등 유럽식 보드게임을 비롯해 인생게임, 모노폴리 등 미국식 가족보드게임, 러시아워, 호퍼스 등 1인용 퍼즐게임까지 제품을 넓혔다. 이마트에서 반응이 좋아지자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 마트와의 거래도 쉽게 뚫을 수 있었다.
김 시장은 지난해 경기 파주시에 신사옥을 건립하고 직원도 40명으로 늘려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보드게임 문화가 발달한 유럽과 미국의 제품들을 주로 수입해 판매해 왔는데 이제 한국도 우리 보드게임을 개발할 때가 됐다”며 “한국 여행을 테마로 한 ‘투어 코리아’, 수학적 사고능력을 키우는 게임 등 다양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독일의 유명 보드게임회사를 통해 외국으로 수출도 준비하고 있다.
코리아보드게임즈는 유통업체와 우수중소기업의 모범적인 동반성장 사례로 꼽힌다. 2005년 시작한 이마트의 중소기업박람회는 최근 6회 행사를 열었다. 지금까지 총 3700개 회사가 신청해 585개 회사 제품이 전시됐다. 이 중 340개 회사가 최종 파트너로 선정돼 이마트와 직거래를 시작했다.
롯데마트도 3회째 ‘중소기업박람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에 열린 박람회에서는 130여 개 우수 중소기업이 참여해 총 400개의 상품을 선보였다. 롯데마트는 이 중 약 70개 업체를 선정해 15개 업체와 5월 중 고정입점 계약을 하고 나머지 업체는 시범판매를 통해 입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선정된 중소기업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장 분석, 품질관리, 디자인 지원 등 단계별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며 “중소기업도 고객으로 모신다는 생각으로 진정한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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