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협력 기능을 놓고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사진)이 국제 산업협력을 부쩍 강조하면서 내부적으로 외교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지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 장관은 부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주필리핀 대사 시절을 회고하면서 “통상은 산업을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외교관(외교부 통상교섭본부)들이 통상 분야 전반을 총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최 장관은 외교부 통상교섭본부가 외국 정부와의 협상 등 대외창구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지경부가 맡고 있는 산업협력 부문에까지 간여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국실마다 흩어져 있는 국제 산업협력 업무를 한곳으로 모아 관련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국제산업협력실’을 이달 중으로 새로 만들 계획이다. 지경부는 당초 산업협력실 산하에 3개국을 두려고 했으나 정원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2국 체제로 결정됐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존의 산업협력 업무는 장관 해외 방문 등 의전에 치우친 측면이 컸다”며 “최 장관이 산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로서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자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지경부 전신인 상공자원부는 김영삼 정부 당시 자동차와 섬유 등 산업 전반에 대한 통상교섭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업무 전문화’를 이유로 통상교섭 기능을 외교부에 빼앗겼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 관계자는 “외교부 통상교섭본부가 외교관들의 특성상 국내 산업에 대한 고려보다 정무적 판단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산업계와 접촉 없이 각 대사관이 보내는 전문에 의존하다 보니 현장감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통상 이슈에서 때론 미국에 대해서도 강하게 요구할 것이 있음에도 외교부가 양국의 정치·군사적 특수 관계를 내세워 이를 저버리기가 쉽다는 것이다.
지경부의 움직임은 산업협력 업무를 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도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최틀러’로 불리는 최 장관의 강한 소신이 어떻게 관철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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