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3조 원 밑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7일 08시 30분


코멘트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1~3월) 3조 원을 밑도는 '부진한'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3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2분기(4~6월, 2조6700억 원) 이후 7분기 만이다.

삼성전자는 7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37조 원의 매출과 2조9000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는 실적 잠정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매출 34조6400억 원, 영업이익 4조4100억 원)에 비해 매출은 6.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4.2%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5조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비해서도 매출은 11.6%, 영업이익은 3.7% 줄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반도체 사업만 잘 했다'로 요약된다. 2조9000억 원의 영업이익 중 2조 원 가까운 이익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주요 수익 창출원이었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이 고전한 것이 이처럼 부진한 실적을 낸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 LCD부문은 평판TV 판매 부진으로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는 분석. 추정되는 적자 규모는 1000억~1500억 원이다.

정보통신부문도 '애플 쓰나미'로 고전했다. 세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은 다른 회사들이 따라오기 힘겨운 가격 정책으로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민희 동부증권 기업분석 본부장은 "삼성의 신형 태블릿PC인 '갤럭시탭 10.1'(6월 출시 예정)과 '갤럭시탭 8.9'(7월)가 올 하반기나 돼야 수익을 낼 수 있어 상반기까진 삼성의 실적이 좋아질 요인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초라한 성적표'는 삼성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됐다. 지난달 이건희 회장이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는 아닌 것 같고…"라고 말한 이후 삼성과 정부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최근 일부 삼성 계열사는 국세청 세무조사도 받고 있다.

이날 삼성 내부에서는 "(영업이익이) 3조 원도 안 되는 회사인데…"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흘러나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1000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은 충분히 합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데도 3조 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 잠정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에 놓인 삼성전자가 '동정표'를 받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