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고전에서 배우는 ‘이별 미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떠나는 부하에게 은혜 베풀어라… 언젠가 다시 만날지니”

이별이 서로에게 증오와 원한을 남긴다면 조직과 개인 모두 큰 피해를 본다. 동양의 고전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현명하게 헤어지기 위한 ‘이별의 예우’를 강조한다. DBR 그래픽
이별이 서로에게 증오와 원한을 남긴다면 조직과 개인 모두 큰 피해를 본다. 동양의 고전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현명하게 헤어지기 위한 ‘이별의 예우’를 강조한다. DBR 그래픽
야외 스포츠의 시즌이 시작됐다. 프로축구가 경기를 시작했고, 프로야구도 오늘 개막한다. 시즌 초에는 새로 영입돼 그라운드를 누비는 사령탑과 선수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실 세계의 축소판 격인 프로스포츠는 냉정하다. 실력과 성적에 따라 만남과 이별이 수시로 일어난다. 이때의 잘못된 만남과 헤어짐은 리더나 선수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특히 헤어질 때의 잡음은 모두에게 오랫동안 커다란 고통을 안겨준다.

그래서 사람은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게 더 힘들다고들 한다. 헤어질 때 잘못하면 가슴에 깊은 상처가 남고, 이 상처가 증오가 돼 평생 원망과 회한의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정년이 돼 회사를 떠나든 다른 곳에 좋은 자리가 있어 가든 조직에는 반드시 이별이 있게 마련이다. 그 이별이 서로에게 증오와 원한을 남긴다면 조직과 개인 모두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한솥밥 먹던 직원들과 헤어질 때는 상처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맹자(孟子)는 군주가 자신이 부리던 신하를 떠나보낼 때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3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하던 신하에 대한 이별의 예우다.

첫째, 떠날 때는 말없이 고이 보내야 한다는 원칙이다. 신하가 어떤 이유든 내 곁을 떠나야 한다고 할 때 그 신하를 잘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하가 이유가 있어 떠나야 한다고 하면(유고이거·有故而去), 주군은 그를 조용히 국경까지 잘 인도해 보내야 한다(군사인도지출강·君使人導之出疆).’ 평소에 아끼던 직원이라면 그 직원의 새로운 선택과 앞날의 행복을 축복해 주어야 한다.

둘째는 새롭게 가는 곳에 미리 사람을 보내 떠나보내는 신하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줘야 한다는 원칙이다. ‘떠나보내는 신하가 새롭게 가는 곳에 미리 사람을 보내 신하의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선어기소왕·先於其所往).’ 이는 알아도 실행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중요 인물이 사직 후 새로운 곳에 직장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강제가 있는 기업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는 새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라면 아끼는 사람이 다른 곳에서도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아량과 배포가 있어야 한다.

셋째는 떠나보내는 신하를 3년간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신하가 떠난 지 3년을 기다려 그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거삼년불반연후·去三年不反然後), 그때 그에게 주었던 밭과 토지를 회수하라(수기전리·收其田里).’ 회사를 나가는 즉시 책상을 치워버리는 요즘 세태에서는 쉽사리 수긍할 수 없는 얘기다. 하지만 평생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을 일정 기간 예우하고 보살펴 주는 게 인지상정의 당연한 도리다. 그런 예우는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맹자는 신하가 임금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의리를 지키는 것은 결국 주군이 신하를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군주가 신하를 자신의 수족처럼 여기면(군지시신여수족·君之視臣如手足) 신하도 주군을 자신의 배와 심장처럼 여긴다(신시군여복심·臣視君如腹心). 그러나 군주가 신하를 흙이나 지푸라기처럼 여기면(군지시신여토개·君之視臣如土芥) 신하는 군주를 원수처럼 여긴다(신시군여구수·臣視君如寇讐).’ 결론은 간단하다. 리더는 그가 부하에게 베푼 만큼 받는다. 부하가 충성심이 없다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욕하기 전에 내가 그를 평소에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는 이별에 대해 이런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떠나는 사람에게 은혜와 의리를 베풀어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느 곳에서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은의광시 인생하처불상봉·恩義廣施 人生何處不相逢). 떠나는 사람의 원수가 되진 말아야 한다. 나중에 좁은 길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수원막결, 노봉협처 난회피·讐怨莫結, 路逢狹處 難回避).’ 영원히 헤어질 것 같지만 결국 어디에선가 만날 수밖에 없는 게 인연이다. 인간의 인연은 영원히 이어지는 복잡한 그물망과 같다. 지금 헤어지면 평생 안 볼 것 같지만 어떤 인연으로든 만나게 돼 있다.

박재희 철학박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박재희 철학박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현대사회에서는 만남보다 이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별이 보이지 않는 인연의 고리로 연결돼 나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가 조직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다면 떠나는 사람의 새로운 앞날을 축하하며 놓아줘야 하고 새로 가는 곳에 그에 대한 칭찬과 찬사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게 유능한 신하를 떠나보내는 이별의 예우다. 사용 연한이 지나거나 회사가 어려워지면 잘 쓰던 인재도 바로 내쳐버리는 요즘, 한 번쯤 돌이켜 봐야 할 이별의 철학이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정리=박용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8호(2011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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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재해석한 ‘오리시키 콘셉트’ 성공 비결

▼ METATREND Report


일본인 디자이너인 나오키 가와모토(川本尙毅)가 선보인 클러치백은 입체감이 살아있는 여성용 작은 핸드백이다. 하지만 이를 펼치면 순식간에 평면의 패널로 변한다. 그가 디자인한 슈트케이스(여행용 옷가방)도 마찬가지다. 언뜻 보기에는 여느 슈트케이스와 다름없지만 집에 보관할 때에는 슈트케이스를 옷과 함께 펼쳐서 옷걸이에 통째로 걸어둘 수 있다. 이 슈트케이스는 여행 중에는 옷을 담는 공간이 되고, 집에서는 수납공간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 슈트케이스가 여행 중 요긴하게 쓰여도 집에 보관할 때 공간을 낭비한다는 점을 감안했다. 가와모토는 공간을 변환한 이들 제품을 ‘오리시키 콘셉트’라고 명명했다. 오리시키는 일본식 종이접기 공예인 ‘오리가미(折り紙)’와 방식을 뜻하는 ‘시키(式)’의 합성어이다.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으로 심미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공간을 색다르게 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트렌드를 소개한다.



제품개발 ‘분업과 협력의 코드’ 활용 노하우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한 컴퓨터 서버 회사는 특정 부품을 한번 개발하기만 하면 여러 제품에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공급업체에 부품 개발을 의뢰했다. 물론 이는 이론적으로 실현 가능한 계획이다. 하지만 성능 테스트에서 이 부품을 사용한 제품들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기적 상호작용과 기계적 상호작용, 열 상호작용 등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부품이 제품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꽤 오랜 시간 연구했고 결국 최종 제품 개발은 하염없이 지연됐다. 결국 이 회사는 제품 개발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붓고 난 뒤 특정 부품을 한 개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기존 계획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협업을 하는 서로 다른 조직들이 제대로 융합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다. 각기 다른 조직들은 산업, 지리적 위치, 시간대, 비즈니스 문화가 서로 다르다. 따라서 여러 조직이 복잡한 제품을 개발하는 협업을 할 때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작은 실패에서 ‘성공의 길’을 찾아라

▼ 실패학 연구


렌터카 업체인 허츠(Hertz)는 렌터카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다. 허츠는 고객을 여행자로만 한정해 뼈아픈 실책을 저질렀다.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차를 빌려 타려는 도심의 렌터카 수요를 간과한 것. 결국 허츠는 이 수요를 노리고 시장에 진입한 엔터프라이즈(Enterprize)에 추월당했다. 코닥은 기존 사업에 대한 미련 때문에 실책했다. 코닥은 1981년 디지털 사진이 100년 전통의 필름이나 종이 관련 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알아차렸다. 하지만 코닥은 기존 사업을 확대해서 디지털 기술을 역이용할 수 있다고 보고 오히려 기존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과거의 성공에 지나친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이를 ‘활동적 타성(active inertia)’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기업은 종종 시장의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 성공 방식을 답습하곤 한다.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활동적 타성의 덫에 빠질 위험이 높다. 기업들이 실패하는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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