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혹한의 유럽서 부활의 시동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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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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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윈터테스트’ 현장 가보니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 속에서도 직원들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를 꿈꾸며 묵묵히 겨울 석 달을 버텼다. 스웨덴 아리에플로그에 위치한 만도 윈터테스트 현장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직원들. 아리에플로그=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 속에서도 직원들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를 꿈꾸며 묵묵히 겨울 석 달을 버텼다. 스웨덴 아리에플로그에 위치한 만도 윈터테스트 현장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직원들. 아리에플로그=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비행기로 2시간, 다시 차로 1시간이 걸려 도착한 스웨덴의 작은 마을 아리에플로그. 이곳에 자리 잡은 만도 윈터테스트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지만, 햇볕은 강렬해 선글라스가 필수품이다. 이 햇볕을 맞으며 직원들은 석 달째 매일 같이 자동차 부품 성능 테스트를 해왔다. 자동차 부품은 극한의 지역에서 두 해에 걸친 윈터테스트를 거쳐야만 비로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인구 4500여 명의 외국 소도시에서 매년 3개월을 보낸다. 쉽지 않은 생활이지만 직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최성호 상무보는 “윈터테스트는 1년간 지은 기술농사의 결실을 맺는 관문”이라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객사 관계자들이 윈터테스트장을 찾았기 때문에 직원들도 한껏 고무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굴곡도 있었던 만도는 2012년 그룹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본격적인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 해외차 공략 본격화

1962년 현대양행으로 출발한 만도는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표 주자였다. 만도처럼 브레이크, 서스펜션, 스티어링시스템 등 3가지 주요 부품을 모두 만드는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은 만도를 기반으로 한라그룹을 일궈냈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만도를 사모펀드에 팔아야 했다. 이를 되찾은 것은 아들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그가 2008년 홍콩에서 만도를 되찾는 협상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아버지의 묘소를 찾았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인수 이후 정 회장이 가장 먼저 손본 것은 만도의 연구개발(R&D) 전략이었다. 만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장기적인 R&D 투자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제대로 된 신기술이 없으니 그동안 윈터테스트의 분위기도 조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111명의 기술인력과 101대의 시험 차량이 투입됐다. 1989년 첫 윈터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물론 BMW, 벤츠, 폴크스바겐, GM 등 해외 업체들도 윈터테스트 현장을 찾아 부품 테스트를 지켜봤다. 만도 측은 “2010년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R&D에 우선적으로 투자한 결과”라며 “정 회장도 1년에 최소 6차례 이상 해외 연구소 및 테스트장을 찾아 직원들을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만도는 회생제동브레이크시스템, 스마트 파킹 어시스트 시스템 등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김주신 부사장은 “회사가 새출발한 뒤 GM, BMW 등 글로벌 업체들과 계약도 속속 체결됐다”며 “앞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브레이크 시스템 등 신기술 개발에 더욱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럽에서 연구-생산까지

부활의 또 다른 거점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만도 프랑크푸르트 지사는 지난해 법인으로 승격됐다. 2008년 인수 당시 3명이었던 직원도 17명으로 늘어났다. BMW, 푸조, 르노 등 유럽 자동차 업체와의 잇따른 계약으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현지 직원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이들은 ‘주인도 없는 회사’라는 눈초리 속에서도 유럽 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동식 부품 전시회를 열었다. 2006년부터 독일에서 근무한 김현준 법인장은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은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이기 때문에 기술력과 신뢰성이 없으면 업체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2008년 이후부터 그동안 쌓아놓은 네트워크와 경영의 안정성이 더해지면서 막혔던 계약의 물꼬가 터졌다”고 말했다.

만도는 한발 더 나아가 유럽에 자체 연구소와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만도 측은 “고객의 요구에 맞춘 연구와 생산을 빠른 시간에 해결하면 유럽에서의 성장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연구소는 독일에, 생산공장은 폴란드 지역에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7∼12월) 착공할 생산공장은 이르면 2013년경 완공될 예정이다. 김 법인장은 “벤츠, 폴스크바겐과의 계약도 머지않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도의 부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아리에플로그=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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