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창간 3주년을 맞아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인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 겸 서울대 명예교수(사진)를 초청해 오픈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2월 17일 열린 포럼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한 전국 각지의 DBR 애독자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문학에서 경영을 배우다’란 주제의 윤 교수 강연 내용을 지상 중계합니다. 기사 전문은 DBR 76호(2011년 3월 1일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편집자> 》
저는 1955년 영국의 계관시인 앨프리드 테니슨 경의 ‘The Oak(참나무)’란 시를 접하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감동을 간직하기 위해 이 시를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sober(취기에서 깨어난)’, ‘naked strength(벌거벗은 힘)’라는 두 단어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두 단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지혜와 경영학의 진리를 배웠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머피의 법칙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이는 얼핏 보면 솔깃해 보여도 ‘머피의 법칙’에 따라 반드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피의 법칙’은 발생할 확률이 아무리 낮다 해도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한 번은 일어난다는 이론입니다. 철학자 카를 포퍼는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을 회피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발생할 확률이 낮은 위험이 한 번 터지면 그 피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설립 초기 많은 대형 사고에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돈이 더 들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쪽을 택하면서 사고 횟수를 줄였습니다. NASA는 우주왕복선이 플로리다 본부로 귀환할 때 기상 조건이 나쁘면 캘리포니아 기지에 착륙시켰습니다. 이를 위해 1억50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필요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복구비로 1억50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써야 할 테니까요. 탐욕의 유혹에 취하지 않고 깨어 있었다면(sober)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 행운 좇다가 쪽박
1997년 외환위기 전 많은 사람들은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논리를 믿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빚을 얻어 외형 성장만 추구했습니다. 은행들도 대기업을 위한 대규모 대출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 결과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30대 기업 중 16개가 부도를 냈고 수많은 금융회사가 파산했습니다. ‘대마불사’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서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행운에 대한 기대도 버려야 합니다. 의미 있는 성공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어쩌다 한번 행운이 나타날 수는 있어도 이 행운이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큰 업적을 이룩한 분들은 행운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온 1973년 당시 서울대 상대에서 미국 박사 학위를 가진 교수는 저를 포함해 단 2명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최고라는 자만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 이승만과 드골
테니슨은 참나무가 잎과 열매 등 여름 동안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은 후에도 ‘벌거벗은 힘’을 지니고 있다고 예찬합니다. 벌거벗은 힘은 총, 칼, 돈과 같은 물질의 힘을 다 벗은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힘, 즉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끄는 아름다움과 인간미의 근원입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대통령들을 비교하면 이 단어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대학생일 때 4·19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하와이로 망명해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대통령들은 대통령이라는 ‘옷’만 벗으면 감옥에 가거나 국민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의 벌거벗은 힘은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입니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이웃 나라 독일보다 영토가 크고, 인구도 많은 프랑스가 전쟁만 하면 독일에 번번이 지는 걸 안타까워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드골은 ‘위대한 프랑스’를 만들기 위해 미래지향적 정책을 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오늘의 희생을 거부했습니다. 이런 갈등 때문에 드골은 하야하고 맙니다.
드골은 유언을 통해 국장을 거부했고, 묘비에 ‘전직 대통령’이라는 구절도 넣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의 아내 이본 드골 역시 대통령 배우자에게 나오는 연금을 사양했습니다. 결국 드골 사후 그에 대한 인기는 치솟습니다. 이본 여사가 죽자 프랑스 국민들은 드골에게 ‘프랑스 대통령’이란 문구를 새겨 넣은 묘비를 헌정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드골은 프랑스 국민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꼽힙니다. 드골이 대통령이라는 옷을 벗은 후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던 것은 벌거벗은 힘 덕분이었습니다. ○ 자기희생의 아름다움
인간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힘은 아름다움입니다. 벌거벗은 힘은 그중에서도 자기희생의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미(美)라는 한자는 양(羊)과 대(大)라는 글자의 합입니다. 양은 거룩한 제사에 쓰이는 제물을 뜻합니다. 자신을 제물로 내놓을 정도의 자기희생을 보여주는 사람만이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습니다. 자기희생이 클수록 아름다움의 깊이도 깊어집니다.
벌거벗은 힘은 기업 경영의 원칙이기도 합니다. 많은 기업은 고객이 자사 제품에 느끼는 가치(v)보다 더 비싼 가격(p)에 해당 제품을 판매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이익이 남으니까요. 하지만 무조건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기만 하면 그만일까요. 그 제품이 과연 그만한 가격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자는 영필일야(盈必溢也)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릇이 가득 차면 반드시 넘쳐 더는 그릇 노릇을 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더 채울 수 있지만 더 채우지 않고 남겨놓은 부분 즉, 허(虛)의 중요성을 강조한 표현입니다. 제품 가격을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보다 무조건 많이 받으려고 하지 않을 때 해당 기업은 벌거벗은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낳습니다.
벌거벗은 힘은 인생살이의 지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젊은 시절에 향유하는 육체적 아름다움은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벗어야 하는 ‘옷’입니다. 서슬 퍼런 권세 또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옷’입니다. 결국 모든 인간은 젊은 시절에는 헛된 환상, 탐욕, 유혹 등에서 깨어나야(sober) 하고, 나이가 들수록 내면의 벌거벗은 힘(naked strength)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리=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윤석철 교수(71)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전기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같은 대학에서 다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양한 학문을 전공하며 일찌감치 통섭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두루 섭렵한 경영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경영학적 사고의 틀’(1981년), ‘프린시피아 매네지멘타’(1991년), ‘경영학의 진리체계’(2001년), ‘삶의 정도’(2011년) 등 10년 주기로 저서를 출간하고 있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6호(2011년 3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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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 이유
▼ 전쟁과 경영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을 수도로 그리스와 소아시아 일대에 걸쳐 있었던 비잔틴 제국은 무려 1000년 가까이 지속됐다. 군사적 측면에서 비잔틴 제국을 지탱해 준 요인은 3중으로 둘러쳐진 ‘테오도시우스의 성벽’과 물을 부어도 꺼지지 않는 ‘그리스의 불’의 힘이 컸다. 하지만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도 결국 오스만튀르크에 함락됐다. 표면적으로는 성벽의 비상문 하나를 실수로 열어놓았던 게 화근이었지만 진짜 원인은 비잔틴 제국의 나태해진 정신에 있었다. 비잔틴 제국은 부와 쾌락에 물들면서 국방의 의무를 용병에게 맡겼다. 콘스탄티노플 함락 당시 전쟁에 가담한 병사 총 7000명 중 4000명이 용병과 외부 자원병이었다. 흔히 인간은 절망적 상황에 처하면 초인적인 힘과 의지가 저절로 나온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부와 쾌락에 물들면 인간의 정신과 판단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한다. 21세기에도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조직 내 권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 Harvard Business Review
실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새로운 전략은 조직 내에서 논란을 야기하게 마련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일부의 사람들은 전략 실행에 반대하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논리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즉, 권력이 필요하다. 권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자신이 통제하고 있는 자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돈이 유일한 자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영향력을 얻기 위해 가치 있는 네트워크, 정보 접근성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배분해야 할 수도 있다. 또 부차적인 문제에 정치적인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정적들에게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조용히 물러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이런 권력 다툼 자체가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직 내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원한다면 이런 꺼림칙한 기분을 극복해야 한다.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교수가 조직 내 권력 투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업무실적, 이직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 Career Planning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이직의 핵심 성공 요인으로 ‘자신의 업무 실적’을 꼽았다. 물론 기업도 후보자들의 역량을 비교할 때 일반적으로 업무 실적과 성과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경험과 실적이 자신이 지원하는 포지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렇기 때문에 지원하는 포지션에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연결고리 없이 단순하게 ‘나는 업무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 ‘나는 스펙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기업에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단순히 연봉 및 직급 상승을 위한 이직이 아닌 자신의 역량을 좀 더 잘 발휘하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이직을 준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해 자신의 역량을 잘 살릴 수 있는 포지션을 선별하고,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전문성이 해당 포지션과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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