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들 ‘라응찬 스톡옵션 행사 허용’ 강력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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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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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창 금감원장 “신한 정신 못차려”…
김석동 금융위원장 “변화없인 미래없다”

금융감독 당국 수장들이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허용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강력히 경고했다.

라 전 회장은 지난달 21일 신한금융 이사회가 열린 지 1주일 만인 28일 총 21만여 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세후(稅後) 약 20억 원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그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감독 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지난해 10월 30일 회장직을 사퇴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신한 이사회의 결정과 관련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라 전 회장과 이사회를 다 포함한 것”이라며 “이사회가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스톡옵션 문제에) 당국이 직접 관여하기는 어렵고, 이사회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면서도 “앞으로 은행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 과정에서 철저히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신한금융은) 조직과 인사에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한금융은 국민에게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다”며 “달라지는 모습이 없다면 신한금융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달 “일부 내부 인사들이 마치 자기 제국처럼 싸움을 벌였다”며 신한 분란 사태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신한금융 측은 신한 사태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라 전 회장 스톡옵션 문제가 불거져 난감해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이사회에서 2005∼2008년에 라 전 회장에게 부여된 스톡옵션 중 지난해 9월 신한금융 사태 이후 행사 기간이 도래한 2008년 부여분을 제외한 2005∼2007년 물량에 대해 행사 권한을 허용하기로 했다. 3곳의 법무법인 검토를 거쳐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번복하기 힘들다는 것이 신한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김국환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라 전 회장이 금전적 손실을 끼치지 않았지만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라 전 회장이 사회 환원 등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쪽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측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이 지난달 28일 행사한 스톡옵션 물량은 2005년분 9만9447주, 2006년분 11만2794주 등 총 21만2241주다. 나머지 2007년분 5만6613주, 2008년분 3만8500주는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7년분의 행사가격은 5만4560원으로 3일 현재 종가인 4만7950원보다 높아 행사할 수 없고, 2008년분은 이사회가 신한 사태의 책임을 물어 권한 행사를 제한한 물량이어서 자진 반납에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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