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지반 30cm 낮춰 조선후기 높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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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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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복원 전통기법 시연… 대장간서 못 만들고… 거중기로 석재 쌓고…

숭례문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한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복원 공사의 모든 과정은 전통 방식으로 진행된다. 화로에서 달군 쇠를 모루에 놓고 메와 망치로 때려 못을 만들고 있는 대장간 장인들(왼쪽), 거중기로 석재를 쌓고 있는 석장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숭례문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한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복원 공사의 모든 과정은 전통 방식으로 진행된다. 화로에서 달군 쇠를 모루에 놓고 메와 망치로 때려 못을 만들고 있는 대장간 장인들(왼쪽), 거중기로 석재를 쌓고 있는 석장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철제 가림막 안으로 들어서자 600년 전 서울의 모습이 펼쳐졌다. 솜을 넣고 누빈 흰색 전통 작업복을 입은 장인 10명은 톱과 망치로 나무를 때리며 치목(治木)에 여념이 없었다. ‘탕탕’ 석재 가공소에서는 전통 연장인 석정으로 돌을 깨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지 3년을 맞은 10일, 문화재청이 복원공사 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현장에는 최광식 신임 문화재청장과 신응수 대목장을 비롯한 각 분야 장인들, 복구자문위원 등이 참석해 숭례문 복원공사 경과보고와 공사 착수를 천지신명에게 알리는 의식, 주요 부문 복원 시연 등을 지켜봤다.

공사에 직접 사용할 못과 각종 철제 도구를 만드는 ‘숭례문 대장간’에서는 벌겋게 달궈진 쇳덩이를 내려치는 장인들의 메질이 한창이었다. 옆에서는 다른 장인이 화로에 공기를 주입해 불을 때는 풀무질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고대 제철 부문 국가고유기능 전승자인 이은철 씨는 “철광석 안의 철 성분을 숯과 석회석의 화학적 환원작용을 이용해 뽑아내는 전통 방식에 따라 제철하고 있다”며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머리가 없는 못인 ‘무두정(無頭釘)’으로 목재들을 고정하는 데 쓴다”고 설명했다.

30∼40%의 공정을 보인 성곽공사 현장에는 아귀를 맞춰 쌓아놓은 석재가 가득했다. 숭례문을 이루는 기존 석재들이 이끼와 먼지로 누런색을 띠는 것과 달리 새로 쌓은 성곽 기초부의 석재들은 새하얀 빛을 뽐냈다. 거중기와 비슷한 모양으로 돌을 들어올릴 때 쓰는 전통 장비 옆에서 현장을 둘러보던 중요무형문화재 석장 기능보유자 이의상 씨는 “조선시대 세종 때 방식을 그대로 구현해 치수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기술로 지은 건축물을 온전히 후대에 전할 수 있다는 데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당초 석축 주변의 흙을 조선초 때 원지반인 1.6m 깊이까지 파내려 했으나 계획을 바꿔 조선후기 지반인 30cm까지만 파내기로 했다. 즉, 일제강점기에 높아진 지반만 걷어내고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 대신 원래 지반 일부를 발굴 상태로 놔둔 채 유리로 덮어 관람객들이 숭례문 창건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88m까지 복원하려던 남산 쪽 성곽 길이도 인근 지하도의 안전 문제가 우려돼 약 53m로 축소하기로 했다.

현재 전체 공사는 40%가량 진행된 상태. 문화재청은 올해 말까지 동서쪽 성벽과 문루 등 숭례문 뼈대 대부분을 마무리하고 2012년에 복원 공사를 완공할 예정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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