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디자인-힘-연비… “너, 영락없는 스포츠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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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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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캐딜락 ‘CTS 세단’을 탄 뒤 “한국 도로에서는 무조건 눈길을 끄는 차고,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존재감만큼은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차량보다도 확고하다”고 시승기를 썼었다.
▶2010년 7월 22일자 C2면

이후 반년 만에 CTS 세단보다 더 눈길을 끌고, 더 존재감이 강한 디자인의 차를 탔으니, 그 차가 공교롭게도 ‘CTS 쿠페’다. 자동차 담당 기자를 하면서 타 본 시승차 중 이 차보다 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모델이 있나 싶다. 차를 세우고 서 있으면 재규어를 타고 나갔을 때보다 더 기웃거리는 사람이 많았고, 도로에서 옆에 있던 차들이 이 차의 모델명을 확인하러 일부러 속도를 늦춰 뒤로 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봤다. 워낙 보기 힘든 차다 보니까 희소성 때문에 그런 탓도 있겠지만.

젊은이들이 쓰는 속된 표현으로 ‘간지’ 난다고 해야 할 디자인이다. 밖으로 튀어나오는 도어 손잡이 대신 터치패드를 이용해 문을 열게 만든 것이나, B필러를 없앤 것 등이 그야말로 ‘폭풍 간지’다. CTS 세단도 그랬지만 이건 뭐 바로 SF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리어 오버행이 짧고 루프라인이 날렵해 차 지붕이 낮거나 차체가 작을 것 같지만 막상 타보면 생각보다 크다. CTS 세단은 커 보이지만 생각보다 작았는데,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게 캐딜락 ‘아트 앤드 사이언스’ 디자인의 특징인 듯하다.

다만 멋이나 날렵한 디자인에 대한 대가는 뒷좌석 승객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작은 창문을 보며 차 안에 파묻힌 것 같은 느낌으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 디자인으로 용케 운전자의 후방 시야를 넉넉히 확보한 것은 칭찬받아야 한다. 선루프는 크지 않지만 지붕 구조로 볼 때 이 이상 키우기는 어려울 듯하다.

외모를 설명하느라 달리는 것이 늦었다. 최고 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37.8kg·m의 3.6L V6 직분사 엔진이 선사하는 운전의 재미가 대단하다.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해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가 튀어나갈 것만 같다. 반응속도는 빠른데도 가·감속은 부드럽고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노면 접지력을 강화하고 더 높은 횡가속도(코너링할 때 밖으로 쏠리는 힘)를 견딜 수 있게 섀시를 다시 설계했다고 한다.

그래, 스포츠카니까 연료소비효율(L당 8.8km)이 좀 낮은들 어떠랴. 그보다 불만은 마무리 만듦새가 헐겁다는 점이다. 시승 모델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시트를 앞뒤로 움직일 때 끽끽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 영 거슬렸고, 사이드미러나 시트의 위치가 마지막 세팅 상태를 기억하지 못하는 점 등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도 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카 오디오가 완전히 통합이 안 돼 내비게이션 작동 중 오디오 조작이 어렵거나 오디오가 제대로 한글 지원을 못해 음악파일의 한글 곡이름을 한자로 표시하는 등의 에러가 발생하는 것도 개선됐으면 좋겠다. 가격은 부가가치세 포함 6380만 원.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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