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스펙만 좋은 코리아 ‘G20세대’ 진짜 실력 키우려면…

  • 동아일보

롤모델 4人의 조언 “명문대-고시가 최고 아니다… 세계로 나가야 길있다”

《 ‘G20 세대’라는 신조어가 3일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사를 통해 등장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 세대의 희망과 도전 정신을 강조하며 “세계를 무대로 뛰고 경쟁을 주저하지 않으며 창조적 도전 정신에 불타는 젊은이들을 ‘G20 세대’로 부르고자 한다. 이 G20 세대를 세계 일류국가의 주역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략 30대 초반 이하의 청년을 의미하는 G20 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준비된 글로벌리스트’들이다. 기성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풍족한 경제 여건과 안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고 토익 고득점과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경력은 기본 스펙 중 하나일 정도로 글로벌 적응력도 높다. 하지만 G20 세대의 역할모델 또는 글로벌 리더라고 할 만한 기성세대 4명은 “한국의 G20 세대는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준비가 아직 안 돼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
○ G20 세대는 ‘글로벌리스트’ 아니다

이들은 단순히 유창하지 못한 영어 실력을 지적한 것이 아니다.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도 아니었다. 이들은 해외진출에 대한 G20 세대의 의지와 관심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유명 대학 교수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한국 교섭대표로 활동했던 이창용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은 “G20 세대가 기성세대보다는 전반적으로 조금 나을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의식구조로 세계와 경쟁하기에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대학생은 물론이고 공부를 잘한다는 초중고교 학생들 역시 미래의 꿈을 물으면 대부분 명문대에 진학한 뒤 각종 고시에 합격하거나 좋은 회사에 들어가겠다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경쟁해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고 세계무대에서 주인공이 되겠다는 생각 자체를 처음부터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세대답게 개성은 강하지만 외국에 대한 관심은 특정 지역과 언어에 심각하게 편중돼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 변호사이자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으로 활동하는 백진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상대적으로 국제화지수가 높다고 할 수 있는 국제대학원 학생들도 미국 중국 일본 외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외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깊은 공부 역시 이 나라들에 사실상 국한돼 있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한국 정도 되는 수준의 나라에서는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같은 신흥지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주요 지역별로 특화된 전문 인력이 배출돼야 하는데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 더 많은 G20 세대 해외 경험해야

G20 세대에게 부족한 세계무대에 대한 도전정신을 키워줄 해결책으로 이들은 ‘영어능력 키우기’를 넘어 해외활동 기회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은행(WB)에서 사회보장 및 노동부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는 조윤영 박사는 한국판 ‘평화봉사단(Peace Corps·미국의 대표적인 청년층 대상 해외봉사 프로그램)’ 같은 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국제화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자비로 해외경험을 쌓고 있고 이 역시도 특정 선진국에 국한돼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저개발국에 나가 공적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변화를 체험할 기회를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CNN 서울지국장 출신인 손지애 대통령해외홍보비서관은 “말로는 글로벌화를 외치지만 국내 교육은 아직도 한국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한국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 일’처럼 공부하게 만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G20 세대가 국제무대에서 가장 많이 진출할 필요가 있는 분야로는 국제기구를 언급하는 이가 많았다. 조 박사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은 물론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발전 경험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출신이 국제기구에서 중요한 일을 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기구와 투자은행(IB) 같은 최상위 수준에 해당하는 분야의 해외 진출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단장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외국에 있는 크고 작은 견실한 기업에 취업하는 것도 바람직한 해외 진출”이라며 “해외 진출의 범위를 넓혀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