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항공 A380 인천∼두바이 취항 1년 ‘편안해진 중동길’

  • 동아일보

‘하늘 호텔’서 하룻밤… 아침미팅도 가뿐

인천∼두바이 노선을 운항하는 에미레이트항공 A380기의 1등석 모습. 비행기 2층에 14개뿐인 1등석의 고객은 샤워 시설과 바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에미레이트항공
인천∼두바이 노선을 운항하는 에미레이트항공 A380기의 1등석 모습. 비행기 2층에 14개뿐인 1등석의 고객은 샤워 시설과 바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에미레이트항공
해외여행을 떠날 때 숙소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하지만 항공편을 고민하는 일은 드물다. 별생각 없이 국적기를 택하거나 가장 싼 항공편을 찾는 정도가 차이랄까. 비행기는 목적지를 오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구름 위의 특급호텔’이라는 A380을 타보면 이런 생각이 바뀔 것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이 지난해 12월 14일 인천∼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노선에 취항한 A380을 타본 감상은 한마디로 ‘비행기도 숙소만큼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층 구조의 A380은 기체 길이 73m, 너비 79.8m로 웬만한 축구장에 맞먹는다. A380의 1층엔 421개의 이코노미석이 있다. 비행기가 워낙 크니까 이코노미석도 좌석 간격 84cm, 너비 46cm로 다른 비행기에 비해 여유롭다. 모든 좌석에 노트북 전원 장치와 USB 포트가 있고, 개인용 액정표시장치(LCD) 스크린도 10.6인치나 된다.

2층은 14개의 1등석과 76개의 비즈니스석으로 이뤄져 있다. 고급 좌석 전용층이라 다른 비행기에는 없는 시설이 2개 있다. 1등석 승객을 위한 샤워 시설과 비즈니스석 이상을 위한 바(bar) 라운지가 그것이다. 1인당 30분을 쓸 수 있는 2개의 샤워부스는 불가리 등 명품 목욕용품, 바닥의 온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탈의 공간이 갖춰져 콸콸 쏟아지는 뜨거운 물로 장거리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다.

바 라운지는 돔 페리뇽 같은 샴페인을 비롯해 산지별 와인, 고급 양주와 음료, 핑거푸드와 간단한 요리를 비행 내내 제공한다. 한 승무원은 “한국인 승객들은 바 라운지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독특한 사교 장소니까 충분히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인천∼두바이 노선 스케줄은 매일 오후 11시 55분 인천 출발, 오전 3시 두바이 출발이다. 0시 무렵 인천에서 뜬 비행기는 현지 시간으로 오전 4시 반이면 두바이에 내린다. 두바이에 도착한 날 하루를 온전히 비즈니스나 관광에 할애할 수 있고, 떠나는 날 역시 늦은 밤까지 일과를 소화할 수 있는 스케줄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의 리처드 주스버리 수석부사장은 “인천 노선의 시간대 배정은 매우 전략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건설사와 중공업회사들의 현지 진출이 늘고 있기 때문에 출장 일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짤 수 있는 스케줄을 채택했다는 설명이다.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여행할 때 두바이를 경유할 경우 새벽에 내려 두바이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뒤 저녁에 최종 목적지로 떠날 수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여행 전문 자회사인 ‘아라비안 어드벤처’(www.arabian-adventures.com)를 통해 경유 일정에 맞는 관광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하루 이상 머문다면 사막 사파리는 필수. 4륜 구동차로 모래 언덕을 질주하며 스릴을 즐기다가 사막의 지평선 너머로 붉게 타는 석양을 보며 감상에 젖을 수도 있다. 베두인족의 옛 생활을 재현한 캠프에서 낙타도 타보고, 전통 음식과 시샤(물담배)를 즐기며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다 보면 두바이의 밤이 깊어 간다.

두바이=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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