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전격 타결]2일밤 최종카드 던져… 하루넘겨 극적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 협상타결 막전막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3일 타결되기까지는 ‘많은 산’을 건너야 했다.

양국 정상은 당초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11월 11∼12일) 기간에 한미 FTA 타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 한미 협상단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세부적 사안을 해결하는 데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으며 양국 통상장관이 가능한 한 이른 시간 내에 상호수용 가능한 합의를 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그 시간’을 ‘몇 주’ 또는 ‘빠르면 며칠’이라고 명시하며 조속한 타결에 대한 강한 희망을 드러냈다.

한국 측 협상 대표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12일 동아일보와의 심야 단독 인터뷰에서 “11월 말이나 12월 초 미국으로 건너가 협상을 매듭짓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 주 컬럼비아의 한 호텔에서 시작된 한미 통상장관 회담은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김 본부장은 협상 첫날 기자들에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협상이)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틀로 예정됐던 협상은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하며 3일째 격론으로 이어졌다.

이번 협상의 매듭은 2일 오후 9시 10분부터 11시까지 약 2시간 동안 양측이 최종 카드를 던지면서 극적 합의국면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 전 협상에서 20∼30분간 만나고 휴식기를 가졌던 것에 비해 상당히 긴 시간 협상을 벌여 이때 타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이에 앞서 김 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빼고 각국에서 실무진끼리 ‘3+3 미팅’을 갖기도 했다. 또 김 본부장과 최석영 FTA교섭 대표, 커크 대표와 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경제부보좌관이 따로 만나는 ‘2+2 미팅’도 이뤄졌다. 양측의 협의는 야간에도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오전 8시(한국 시간 3일 오후 10시)부터 양측은 협상을 다시 재개했고 오전 8시 30분에 커크 대표가 협상장 밖으로 나왔다. 그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한국 대표단은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한국으로 돌아가서 청와대의 재가를 받은 뒤 발표하겠다”고 밝힌 뒤 사실상 타결된 협상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결국 이번 추가 협상은 한국 측이 3일 오전 협상에서 이와 관련된 카드를 미국 측에 던졌고 이것을 미국 측이 수용하면서 사실상의 타결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김 본부장은 “미국 요구 수준을 처음보다 많이 죽여놨다”며 “나중에 협상이 끝나면 털어놓겠지만 처음에 미국이 요구한 수준을 알면 뒤집어질 것”이라고 밝혀 3일 오전 협상에서 던진 승부수가 효과적이었음을 시사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컬럼비아(메릴랜드 주)=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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