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최병렬 이마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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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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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음식만화였다

최병렬 신세계 이마트부문 대표는 “만화책에서 식품을 다루는 기본을 배웠다”고 밝혔다. 음식 만화는 그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도구다. 그는 또 수영과 명상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한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최병렬 신세계 이마트부문 대표는 “만화책에서 식품을 다루는 기본을 배웠다”고 밝혔다. 음식 만화는 그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도구다. 그는 또 수영과 명상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한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이 당시의 고민을 해결해 줬습니다. 초밥에 내재된 철학을 이해해야 했는데 초밥의 겉모습만 팔려고 했던 셈이지요.”

신세계 이마트 부문 최병렬 대표(61)는 틈나는 대로 ‘음식 만화’를 탐독한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본사 20층 대표 집무실 책장에는 ‘미스터 초밥왕’이나 ‘식객’, ‘맛의 달인’, ‘신의 물방울’ 같은 잘 알려진 한국과 일본의 음식 소재의 만화가 꽂혀 있다. 그가 평소 즐겨 읽는 만화책들이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의 서가로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그는 “만화책을 통해 배운 것이 많다”며 만화책 읽기를 그치지 않는다.

○ 초밥 만화에서 음식의 ‘기본’ 배워

1997년 이마트 서부산점의 점장을 맡고 있던 최 대표는 이 매장에 대형마트 업계로는 처음으로 초밥 코너를 선보였다. 의욕을 가지고 출범한 사업이었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싸게 내놓는 초밥에 잠시 호기심을 가졌으나 이내 발길을 돌렸다. 최 대표는 한마디로 “품질이 좋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지금이야 담담히 말할 수 있지만 당시 ‘최 점장’의 고민은 무척 깊었다.

이듬해 우연히 아들 방에서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을 발견했다. 무심코 읽어가다 무릎을 쳤다. 초밥 만화가 담고 있는 ‘요리 철학’ 때문이었다. 최 대표는 “만화책을 통해 배운 것은 ‘초밥은 최상의 재료와 정성이 어우러져야 하는 상품’이라는 점”이라며 “이런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싸게 많이 팔기 위해 초밥을 만들었으니 잘될 리 없었다”라고 말했다.

출간된 전권을 단숨에 읽어 내려간 그는 한 달에 한 권씩 나오는 번역본 출간을 기다리지 못해 아예 일본 원서를 구해 주변에 번역을 부탁해 읽기도 했다. 최 대표는 만화에서 ‘배운’ 점을 곧바로 경영에 응용했다. 재료와 생산 과정을 개선해 다시 초밥을 만들어 선보인 것.

반응은 이전과 달랐다. 이마트 초밥 코너는 이때부터 이마트 신선매장의 ‘명물 코너’가 됐다. 최 대표가 다른 음식 만화들을 두루 탐독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최 대표는 “‘미스터 초밥왕’에 감동받아 20여 개 점포의 신선식품 담당들에게 이 만화책을 읽으라고 권유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정작 신선식품 담당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식재료를 다루는 철학이나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주인공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공 스토리였다”며 “같은 내용이라도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점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 한때 ‘한국 100대 명산 등정’ 도전도


‘미스터 초밥왕’을 비롯한 수많은 음식 만화들은 최 대표가 식재료를 다루는 기본 방향을 정하는 계기가 됐다. 식재료에 대한 이런 접근 방식은 2004년 외식 전문회사인 신세계푸드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고수했다. 이마트 대표를 맡고 있는 지금도 ‘신선’과 ‘정성’은 음식을 다루는 데 대한 최 대표의 지론이다. 최 대표는 “어떤 요리든 사람들이 먼저 기대하는 것은 어머니의 손맛”이라며 “그 맛이 바로 정성”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가 평소 직원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내 문화를 가꾸라”는 것이다. 그는 “회사가 아무리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한다고 해도 직원들이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며 “창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내공(실력)’을 쌓으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화책을 통해 얻은 감각을 전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만화책이 그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도구라면 수영은 그의 건강을 지켜주는 도구다. 20년 넘게 거의 매일 아침 수영을 하고 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수영장에 들러 30분 이상을 물에서 보내고 나서야 출근한다. 이렇게 다진 체력을 바탕으로 한때 ‘전국 100대 명산 등정’에 도전했을 정도로 등산에 빠지기도 했다. 요즘은 주말에도 이런저런 약속이 많아 ‘마음 잡고’ 등산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만 나이로 예순이 넘은 최 대표는 나이답지 않게 날렵한 몸매와 젊은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평소 슬림한 스타일의 정장을 즐겨 입는다. 이른바 ‘옷태’가 나는 스타일이다. 비슷한 또래의 CEO와는 사뭇 달라 보이는 외모를 유지하는 비결은 매일 아침의 운동이다.

수영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최 대표는 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매일 밤 잠들기 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복식호흡과 단전호흡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히고서야 잠자리에 든다는 것. 그는 “마음이 정리되지 않으면 숙면을 취할 수도 없고 다음 날 일을 제대로 할 수도 없다”며 “그날 컨디션에 따라 시간은 10분도 되고 30분, 40분도 되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명상을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직원은 모두 1만3000명(정규직 기준)이다. 이런 많은 식구를 이끌려면 몸과 마음의 건강이 필수다. 수영과 명상이 그의 몸과 마음을 다잡아주는 두 축인 셈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최병렬 대표이사는:
―1949년 전남 완도 출생

―1974년 신세계 입사

―1984년 신세계 인사과 과장

―1990년 신세계 영등포점 업무부 부장

―1995년 신세계 특판사업부 영업1팀 팀장

―1996년 신세계 이마트 총무팀 부장

―1996년 신세계 이마트 분당점 점장

―1997년 신세계 이마트 서부산점 점장

―1999년 신세계 이마트 부문 판매담당 대우이사

―2000년 신세계 이마트 부문 판매담당 상무

―2004년 신세계푸드 총괄 부사장

―2005년 신세계푸드 대표이사

―2009년 신세계 이마트 부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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