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동남아 3국 미래를 세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국가기반시설-랜드마크 건설현장 가보니…

현대건설이 호찌민의 ‘비텍스코 파이낸셜센터’. 호찌민에서 가장 높은 68층(270m)으로 외부 헬기장을 더해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호찌민의 ‘비텍스코 파이낸셜센터’. 호찌민에서 가장 높은 68층(270m)으로 외부 헬기장을 더해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건설
제2의 동남아시아 허브도시를 꿈꾸는 스리랑카와 세계 최고의 석유 교역 중심지를 구상하는 싱가포르, 경제성장에 속도를 붙이는 베트남. 동남아 3개국이 저마다 꿈꾸는 미래를 현실화하는 데 한국의 현대건설이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이 이들 국가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단순 토목과 건축 공사가 아닌 해당 국가의 도약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고부가가치 사업이어서 현지 사회의 큰 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 지하 130m의 싱가포르 미래

싱가포르 서남단의 주롱 섬 인근 반얀 해역 유류비축기지 현장. 덜컹대는 공사용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발파용 화약 폭발 때 남은 암모니아 성분이 ‘삭힌 홍어’ 냄새처럼 코를 찔렀다. 5분 뒤 도착한 지하 130m 공사현장은 지열과 지하수 때문에 셔츠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다. 숨쉬기도 힘든 악조건에서도 근로자들은 하루 2교대로 밤낮없이 일하고 있었다.

현대건설은 이곳에서 지난해 6월부터 총 950만 배럴의 원유를 모아둘 폭 20m, 높이 27m의 저장고를 짓고 있다. 세계 3대 석유 물류 국가인 싱가포르 최초의 지하 원유저장고. 김영 현장소장은 “싱가포르는 면적이 작아 더는 대형 용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첫 지하 유류저장고인 만큼 현지의 관심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석유화학사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 역점사업이다 보니 최고위층이 직접 공사현장을 방문할 정도다.

현대건설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46건의 공사를 마쳤고 현재 11건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30년간 매립을 통해 싱가포르의 국토를 5%가량 넓힌 덕분에 현지에서는 현대건설의 시공능력과 경험을 높이 사고 있다.

○ 바다를 향한 스리랑카의 꿈

스리랑카 서부 해안 콜롬보 항 항만확장 공사현장. 바다를 가로질러 5.1km에 이르는 1차 방파제 공사가 51% 진행됐으며 2012년 4월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현대건설
스리랑카 서부 해안 콜롬보 항 항만확장 공사현장. 바다를 가로질러 5.1km에 이르는 1차 방파제 공사가 51% 진행됐으며 2012년 4월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현대건설
스리랑카 서부 해안 콜롬보 항. 개당 무게가 20t에 이르는 8000여 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장관을 이룬 이곳에서도 현대건설은 항만 확장을 위한 준설과 방파제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방파제 기초공사가 이뤄지고 다른 쪽에서는 일명 ‘레인보 선’이라 불리는 현대건설의 대형 준설선 고려6호가 70m 앞쪽까지 폭포수 같은 모래를 뿜어냈다.

이 공사는 스리랑카 역사 이래 가장 큰 프로젝트이며 5.1km의 1차 방파제는 단일 방파제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스리랑카 정부는 콜롬보 항만을 확장해 싱가포르 못지않은 동남아 허브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박영근 대리는 “국책사업이고 규모가 크다 보니 주말마다 2000여 명이 버스를 타고 관광할 정도”라며 “완공 전부터 관광명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현대건설이 아니었으면 현재의 51% 공정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도양에서 들이닥치는 높이 4m가 넘는 너울성 파도(스웰)로 짓던 방파제가 무너지는가 하면 비바람으로 1년에 4개월 남짓밖에 해상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 김형 현장소장은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여건이 더 열악해 이번 공사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스리랑카 건설시장이 무궁무진한 만큼 이번 공사를 성공해 스리랑카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베트남 호찌민의 랜드마크

베트남의 경제수도인 호찌민에 들어서면 연꽃을 형상화한 유선형의 68층짜리 초고층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50층에는 건물 외부로 23m가량 둥그렇게 튀어나온 헬기장이 있어 랜드마크로서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이 건물은 현대건설이 올해 10월 완공한 ‘비텍스코 파이낸셜센터’로 현재 호찌민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다. 곽임구 현장소장은 “30년 전 한국에서는 63빌딩이 경제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면서 “예전의 한국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에서는 비텍스코가 63빌딩과 같은 상징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수주액이 11월 말 현재 98억5820만 달러로 국내 첫 연간 100억 달러 수주를 눈앞에 뒀다. 지난해 48억 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김민호 현대건설 동남아지역부문장은 “중동 플랜트 위주에서 벗어나 사업과 지역을 다각화한 것이 좋은 실적의 배경”이라며 “앞으로도 동남아를 비롯해 중남미 등 미개척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콜롬보·주롱·호찌민=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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