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혼다 C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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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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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봐선 모르는 다정다감한 ‘속내’


혼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는 1995년 처음 나온 뒤 전 세계 160개 국가에서 250만 대 이상 팔린 월드 베스트셀러다. 한국에서도 2005∼2008년 4년 동안 수입차 전체 베스트셀링카 3위 안에 오르며 1만2000대 이상 팔렸다.

CR-V는 흔히 여성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도시형 SUV로 콘셉트를 잘 잡아 성공했다고들 하는데, 직접 타기 전까지는 왜 이 차가 여성을 위한 SUV라고 불리는지 이유를 몰랐다. 매끈하게 잘 빠진 국산 SUV 신차들에 비하면

CR-V의 디자인은 솔직히 밋밋하고 무난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차에 올라탔더니 우선 시야가 탁 트인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앞 유리창은 정말 엄청나게 크고, 뒤로도 그에 못지않게 창이 커서 후방 시야가 확실하게 확보됐다. A필러로 인한 사각도 별로 없는데, 이걸 위해서라면 유선형 디자인을 다소 포기해도 될 것 같다. 사이드미러는 성인 남자 손바닥보다도 넓고, 몇몇 세단의 사이드미러에 비하면 넓이가 배는 될 것 같다. 공기 저항을 줄여야 한다면서 답답한 사이드미러를 단 ‘친환경차’에 불만이 많았는데, CR-V를 타니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여성 운전자들도 분명 같은 기분이리라.

내부 버튼들도 큼직큼직하고, 계기판 숫자도 정말 크다. ‘효도폰’이라 불렸던 버튼 큰 전화기가 떠오르면서 ‘하긴 편하긴 이게 제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흔한 스타트버튼 없이 직접 쇠붙이 열쇠를 꽂아서 시동을 걸어야 하지만 불편하지 않고 손에 착착 감기는 맛이 있다. 홍보 자료만 볼 때에는 수납공간 배치가 잘돼 있다는 게 언뜻 감이 안 왔는데 실제로 써 보니 조수석 아래 시트 언더 트레이며 컵홀더에 담을 수 없는 큰 병을 놓을 보틀 홀더, 책자를 수납할 도어 포켓 등이 꽤 마음에 든다. 역시 예의 그 ‘손에 착착 감기는 맛’이다.

가속 페달을 밟자 무겁다는 느낌이 다소 들었으나, 일단 속도가 붙고 나니 승차감과 핸들링의 부드러움은 세단과 비슷했다. 가솔린 모델인 데다 방음 시스템이 강화돼 조용하고 주행감도 안정적인 게 역시 여성 운전자들이 좋아할 만하다. 최고 출력 170마력, 최대 토크 22.4kg·m로 힘도 넉넉하다. 그러나 후방 주차카메라가 없다거나 운전석 시트만 자동 조절이 되고 조수석은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점 등은 못내 아쉽다.

CR-V의 전반적인 느낌은 확 눈길을 끌지는 않되 사귀어 보면 다정다감한 ‘훈남’과 같았다. 세상에는 어깨 좁은 양복에 머리를 세운 감각적인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도 있지만 수수하고 가슴이 넓은 청년에 더 끌린다는 여성도 많다. 그렇게 생각하니 CR-V의 인기 비결도 이해가 갔다. 다만 요즘 3000만 원대 국산 SUV들이 갖춘 스타일이나 다양한 편의사양을 생각하면 CR-V의 입지가 예전만큼 탄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판매가격은 부가가치세 포함해 △4WD(DMB내비게이션 장착) 모델 3790만 원 △4WD 모델 3690만 원 △2WD 모델 3390만 원 △2WD 어반 모델 3290만 원.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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