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회의 이후 ‘환율전쟁’ 진정 국면

  • 동아일보

“기준금리 무게중심, 환율서 물가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막을 내린 뒤 시장의 이목은 16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3개월 연속 연 2.25%로 동결된 주된 원인인 환율전쟁이 G20 서울 회의 이후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금리를 결정짓는 변수는 ‘환율’에서 ‘물가’로 옮아가리라는 전망이 많다.

○ 기준금리 결정 무게중심 ‘물가’로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1개 금융회사의 채권시장 전문가 1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9%가 이달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61.1%에 비하면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가 늘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인도 호주 베트남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고 금통위 개최 시점이 G20 서울 회의 직후라는 점을 인상 전망의 이유로 꼽았다.

또 전문가들의 42%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강세)할 것으로 봤다. 최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시장 결정 환율제도의 이행과 경쟁적 통화절하 자제 등이 합의되며 시장의 흐름에 따라 환율이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통위 편에서 보면 무엇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큰 변수다. 10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이미 4.1% 올랐다. 한은의 물가 관리 목표치(3.0±1.0%)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10월의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 물가는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인 5.0%를 기록했다.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물가 불안이 더욱 우려된다. 14일 한은이 발표한 수출입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1%를 기록해 5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원화가치 강세가 수입 물가 상승 폭을 상쇄하겠지만 시간을 두고 국내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에서 풀린 달러 쓰나미 압박

미국이 이달 초 6000억 달러를 시중에 푸는 2차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한 것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이 돈을 풀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자산 거품을 가져오고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거품과 물가 상승 압력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중국에서도 금리 인상설이 더욱 유력해지고 있다.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5개월 만에 최고치인 4.4%를 기록했다. 중국의 금리가 현재 5.56%에서 올해 말 5.81%까지 오른다는 것이 시장의 예상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유동성이 줄면 각국의 수출과 투자가 줄 수 있다. 지난주 후반 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이런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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