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팀제의 핵심은 자율… 권한 위임 걱정되면 도입 미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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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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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A사는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기능별 ‘부-과’ 조직을 없애고, 그 대신 유연성을 높인 ‘팀제’를 도입했다. A사는 팀제 도입으로 ‘사장-임원-부장-과장-대리-사원’ 등 복잡한 계층 구조가 ‘사장-팀장-팀원’으로 단순화돼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복잡한 위계구조가 사라져 조직 내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팀제 도입 후 A사는 연구개발, 영업 등 내부 조직 구성원들 간 불협화음이 증폭됐다. 팀 운영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팀장으로 임명된 과거 부장들이 팀 내에 몇 개의 세부 파트 조직을 별도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과거의 ‘부-과’ 조직이 부활된 셈이다. 납기 준수율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A사가 팀제 도입에 실패한 이유가 무엇일까. 박형철 머서 한국지사 공동대표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7호(2010년 10월 15일자)에서 A사 사례를 통해 팀제 도입의 성패 요인을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핵심 경쟁 우위와의 적합성

A사는 전형적인 소품종 대량생산 업체다. 이런 기업의 경쟁우위 원천은 ‘원가우위’와 ‘지속적 품질개선’이다. 팀제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대표적 단점은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실현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조직별로 명확히 직무를 구분하고 일사불란하게 지시가 이행되는 ‘부-과’체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A사처럼 생산 공정을 구분해 여러 팀을 만들어놓고 팀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보장해주면 팀 간 이해관계 상충과 의사결정 영역 중복, 자원의 공유도 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팀제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섣부른 도입에 앞서 팀제가 자사의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 원천을 유지해줄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 권한 위임의 효과성


일반적으로 팀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대폭적인 권한 위임을 실시한다. 하지만 권한 위임에 따라 의사결정의 품질과 신속성이 증가되는지, 또 위험은 줄어드는지에 대한 세밀한 검토를 한 후에 팀제를 도입해야 한다. A사는 3, 4개의 대기업에 납품하는 비중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따라서 주요 고객 중 하나만 잃어도 엄청난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하부로의 권한 위임은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 권한을 위임받은 팀원의 실수 하나로 대기업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기업 운영에 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A사는 팀제를 실시한다 해도 팀 단위에 대폭적인 권한 위임을 해주기 어렵다. 결국 A사에서는 팀제 성공의 핵심 전제조건인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팀 역량 향상을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다.

○ 팀 구분 단위의 적절성

팀제를 도입한 기업들 가운데 기존 총무부, 인사부, 연구개발부를 총무팀, 인사팀, 연구개발팀 형태로 이름만 바꾼 사례가 많다. 과거의 기능별 조직을 팀으로 이름만 바꿨다고 해서 팀제를 도입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은데 이는 팀제 본연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신제품 개발이나 특정 시장 개척, 개별 문제 해결, 부서 간 협력 등을 위해 과거 여러 부서가 담당했던 기능을 한데 모아 팀 조직을 만드는 게 본연의 취지에 더 적합하다.

A사도 연구개발, 생산, 납품, 영업 관리 등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세분화해 팀으로 구분했다. 이는 사실상 과거의 기능별 조직체계와 구조상 전혀 다를 바 없는 일종의 ‘무늬만 혁신’에 해당한다.

A사가 제대로 팀제를 도입하려면 기존 상시 업무영역과 사업에 대해서는 기존 기능별 조직을 유지하되 신제품 개발, 신시장 개척, 업무프로세스 효율화, 새로운 제도 도입과 같은 여러 기존 조직들 간 협력이 요구되는 부문에 한해 프로젝트 팀이나 태스크포스(TF)를 도입해야 했다. 이후 제품군이나 고객군이 다변화되고 각각의 규모가 커지면 특정 제품별, 특정 고객군별 또는 지역별 팀을 도입해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더욱 신속하게 반응하는 조직구조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 구성원의 역량과 팀 리더의 저변

팀제가 성공하려면 팀 스스로가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자율성은 팀 목표에 대한 팀원들의 지대한 관심과 몰입에서 나온다. 즉, 수동적으로 명령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끊임없이 문제점과 해결방법을 제안하고 이를 일관되게 실천하는 조직 구성원이 많아야 팀제가 성공한다. 관심 분야를 해결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전문성 역시 요구된다. 이에 더해 팀원들 간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져 개인의 전문성이 조직의 탁월한 성과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팀제가 성공할 수 있다.

A사 직원들은 소수 납품처의 요구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에 고객사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는 수동적인 업무 처리에 익숙해졌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즉, 스스로 이슈를 던져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의미 있는 목표를 이룰 만한 구성원의 역량이 확보되지 않았다. 리더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팀장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중간관리자 층은 더더욱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면적인 팀제 도입은 어쩌면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A사와 같은 조직은 전사적으로 팀제를 도입하기 전에 우선으로 구성원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중간관리자의 리더십을 향상시킬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 전체적인 조직역량을 강화해야 했다. 예를 들어 품질이나 서비스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비공식적 학습조직이나 소규모 분과 활동을 벌이도록 지원해 전문성을 축적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 특정 주제에 대한 소규모 프로젝트 팀을 발족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이를 공유하면서 점차적으로 팀제 도입 기반을 갖춰나가야 한다.

○ ‘대부대과(大部大課)형’ 팀제는 ‘무늬만 팀제’


변화와 혁신은 단기간에 성취하기 어렵다. 팀제 도입에 성공하려면 조직 구성원들을 존중해줘야 하며 자율성도 부여해야 한다. 하지만 A사는 팀제 도입 후 단기적 실패와 혼란이 일어나자 6개월 만에 다시 과거 체제로 돌아가 버렸다.

사실 국내 기업들은 팀제를 업무 프로세스 혁신이나 전사적 품질 관리와 같은 경영혁신 기법의 하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팀제 도입이 대세이며, 이 제도를 도입하면 곧바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진 기업들이 많다. 이런 기대를 안고 많은 한국 기업들이 팀제를 도입했지만 과거 전통적 조직 구조 및 인사 제도와 충돌이 발생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이른바 한국형 팀제라고 할 수 있는 ‘대부대과(大部大課)형’ 팀제를 정착해 왔다.

그러나 대부대과형 팀제는 순수한 의미의 팀제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과거의 ‘부-과’ 형태의 조직에서 명칭과 약간의 운영 방식만 바뀌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구나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야 할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도 대부분 ‘팀’이라는 명칭이 붙으면서 팀이 가져야 할 본래의 의미와 목적이 퇴색된 측면도 있다.

팀제 자체를 당위나 목적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 팀제를 △성장을 위한 최적 조직 구조 및 의사결정 체계 구축 △핵심 경쟁우위에 적합한 조직 운영 방식 도입 △구성원의 주인의식과 전문성 강화 △개인과 조직 목표의 일체화 △책임과 권한의 위임 등 다양한 요소들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박형철 머서 한국지사 공동대표 andy.park@mercer.com

정리=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7호(2010년 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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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노인헬스케어기업인 엘더파워는 맞춤식 지원을 통해 노인 요양비를 낮췄다. 각 노인의 집에는 응급 상황에 대비한 알람과 웹캠, 자체 TV 네트워크가 갖춰졌다. 가족이나 의료진은 이를 통해 노인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응급 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노인들은 자체 TV 네트워크를 통해 동네 교회 예배나 연극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엘더파워는 노인의 가족과 친구, 이웃 자원 봉사 등으로 이뤄진 소셜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각 노인에게는 담당 지원자가 배정되어서 맞춤식 서비스가 제공됐다. A 자원봉사자는 매일 두 차례씩 노인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B 자원봉사자는 주변에 사는 노인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는 식이다. 엘더파워는 이런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노인 요양비용을 다른 요양원 평균의 18%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이처럼 자본주의의 중심축이 대량 생산에서 맞춤식 생산으로 이동하면서 과거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이른바 ‘변종(mutation)’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호 DBR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종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데이터 분석 역량이 기업의 경쟁력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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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영국에서 열린 왕립의학협회.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투자한 유전자 정보회사인 ‘23andMe’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의학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는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이 고셔병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보다 5.4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논문은 16개 연구기관의 연구원 60여 명이 무려 6년간 벌인 초대형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23andMe는 같은 연구 결과를 불과 8개월 만에 밝혀냈다. 오랜 산고 끝에 나온 대하드라마와 같은 논문을 비웃듯 말이다. 23andMe의 연구는 초대형 데이터의 패턴 분석을 통해 가능했다. 이는 데이터가 귀하다는 전제 아래 가설 설정, 연구,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결과 도출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기존 연구 방식을 뒤집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21세기에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수집할 수 있고, 데이터 패턴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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