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전세대란 전망 - 대책은

  • 동아일보

정부 “이사철 반짝 현상”… 업계 “내년이 더 문제”

전세난이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와 부동산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커다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아직 전세난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반면 시장에서는 앞으로 2, 3년은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난이 예년에 비해 심각하지 않으며 이사철이 되면서 나타나는 수준”이라며 “이에 대해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8·29 부동산 대책도 거래 활성화와 미분양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도 문제지만 내년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 물량은 18만3425채로 올해 물량 30만1554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입주 물량은 올해 17만 채에서 내년 11만 채로 급격히 줄어든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로 신규 분양이 감소하고 있어 2, 3년 뒤에는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전세난 심화의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재개발사업으로 기존 주택이 헐려 전세를 찾는 수요도 상황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소형주택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점이 전세난의 원인”이라며 “1, 2인 가구의 증가와 아파트의 대체재인 오피스텔의 부족 등으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 3년 동안 전세난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근본적으로 수급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홍역처럼 앓고 지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전세난 문제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책으로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 공공임대 공급 확대, 도시형주택 및 준주택 공급 확대 등이 꼽힌다. 박 소장은 “전세 문제의 가장 좋은 처방은 결국 공급 처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단기적으로는 6개월∼1년 내에 지을 수 있어 공급효과가 빠른 도시형생활주택 같은 대체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을 하더라도 지역별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시장은 시장의 실제 공간적인 실수요를 반영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정부의 공급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고 투기심리 억제를 위해 총량 위주로만 접근했다”며 “생활권을 고려해 실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의 우려가 심각해지면서 ‘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던 정부 안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4일 정창수 국토부 1차관이 서울 노원구 일대를 방문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 확대와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활성화, 재건축 및 재개발 시기 조정,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 중 임대 비중 확대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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