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공세적 광고로 ‘파열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4일 11시 00분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 간 경쟁이 '현대가(家)'의 분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현대그룹은 4일 24개 일간지에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현대차그룹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현대차그룹을 겨냥한 것이 분명한 광고였다. 현대그룹은 광고에서 "왜 외국 신용평가사는 자동차 기업의 건설업 진출을 우려할까요?"라는 문구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선 현대차그룹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자동차 강국으로 기억되는 대한민국, 현대그룹이 함께 응원합니다"라며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에 전념하라고 '충고'까지 곁들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맞불 광고 가능성에 대해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며 "현대건설 입찰은 (명분보다) 경영능력과 시장 논리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현대그룹의 광고공세에 자칫 잘못 대응했다가 시아주버니와 제수씨 관계인 정몽구 회장과 현정은 회장이 '부잣집 놀부'와 '흥부 없는 불쌍한 흥부 아내'로 비유되는 상황을 우려해야 할 처지다.

현대그룹이 지난달 21일부터 TV를 통해 내보내고 있는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광고에 대해서는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광고 중 '정몽헌 회장이 현대건설 회생을 위해 4400억 원의 사재(私財)를 출연했다'는 내용에 대해 4일 일부 언론을 통해 정주영 명예회장 등의 재산까지 합쳐져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나온 것.

현대그룹 측은 이에 대해 "2000년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당시 정몽헌 회장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모든 재산권 처분 및 행사를 위임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정 명예회장의 사재 출연분도 정몽헌 회장 사재 출연으로 표현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 측은 해명과 함께 이날 정주영 명예회장의 친필 서명이 담긴 재산 위임장까지 공개했다.

한편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경쟁이 점화된 시점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4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자택에서 얼굴을 맞댔다. 정 회장의 부인 고(故) 이정화 여사의 1주기 제사에 현 회장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제사를 지낸 뒤 도착한 지 1시간 반 가량이 지난 오후 8시20분경 자택에서 나왔으나 기자들의 질문에 역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귀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추모의 자리일 뿐 현대건설 인수얘기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 그룹간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양측이 제사 자리에서 사업얘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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