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가격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지난달에는 사상 최대의 폭등세를 보였다. 이른바 ‘밥상물가’인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9월 대비 45.5%나 올랐다. 1990년 물가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이다. 천정부지의 채소 가격은 전체 소비자물가도 3.6%나 상승시켰다. 1월(3.1%) 이후 2∼8월의 소비자물가는 2%대(2.3∼2.7%)를 유지해 왔다.
1일 통계청의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최근 ‘금(金)추’로 불리는 상추가 전년 동기 대비 233.6% 폭등한 것을 비롯해 호박 219.9%, 열무 205.6%, 무 165.6%, 시금치 151.4%, 오이 133.7%, 배추 118.9%의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저온성 채소인 상추는 8월의 고온 현상 때문에 생육이 부진했고 △호박은 잦은 강우 때문에 일조시간이 부족했으며 △시금치는 작황이 나쁜 데다 추석 제수용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배추도 주산지인 강원지역의 집중호우 피해 때문에 생산량이 평년의 60%에 불과했고 파는 태풍의 영향으로 경기지역 물량의 50%가 쓰러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8월의 폭염, 9월의 잦은 강우와 태풍 곤파스 때문에 기상변화에 민감한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다”며 “재배기간이 짧은 시금치 상추와 가을 무 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이달 중·하순에는 물가가 안정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국장은 “시금치 상추 등 일부 채소는 무더위가 끝나면서 도매가격이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포장김치 값도 줄줄이… ‘종가집 김치’ 등 다음주 15%쯤 인상할듯
국내 포장김치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대상 종가집 김치’ 가격이 이르면 5일경 15%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상과 이마트는 이날 최종 협상에 들어가 가격 인상폭을 조율하고 있다. 추석 연휴 전부터 가격 협상을 벌여온 양측은 최근 견해차가 상당히 줄어들어 현재 15∼17% 선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인상 시기는 5∼7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종가집 김치’의 대표 상품인 2.3kg의 판매가(대형마트 기준)는 현재 1만4950원에서 1만7000원 선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 측은 배추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인상을 반영해 당초 30% 이상 인상을 요구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인상폭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이마트와의 가격 협상 결과에 따라 슈퍼마켓 편의점 등 다른 유통채널의 가격 인상폭도 결정할 예정이다.
가격이 오르더라도 당분간 포장김치를 사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포장김치 업체의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인 데다 배추 작황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농협은 ‘아름찬 김치’를 지난달 29일부터 20%가량 인상했다. 풀무원, CJ, 동원F&B 등 다른 포장김치 업체들도 10∼20% 가격을 인상할 예정으로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배추 도둑까지 설치니… 고랭지밭-도심텃밭-주말농장 모두 표적
배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배추 등 채소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원 평창경찰서는 1일 고랭지 배추 400여 포기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이모 씨(73)와 채모 씨(65) 등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지난달 30일 낮 12시 17분경 평창군 용평면 어모 씨(63)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주인이 없는 틈을 타 42만 원 상당의 배추 420여 포기를 1t 화물차에 싣고 달아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 등은 훔친 배추를 포대 자루에 넣고 나서 채 씨의 1t 화물차에 옮겨 싣던 중 밭주인인 어 씨에게 발각돼 덜미가 잡혔다.
도심 주변 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 가꾼 채소도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서 송모 씨(78·여)가 텃밭에 파종한 배추모종 120여 개를 도둑맞았다. 수원시 광교산에서 650m²(약 200평) 규모의 텃밭을 가꾸는 유재원 씨(67)는 “요즘 들어 자라지도 않은 배추를 훔쳐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혹시 몰라 울타리를 치고 잠금장치도 새로 달았다”고 말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평창=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수입량 늘리는 수밖에… 정부 “배추 관세 없애고 中서 긴급수입”
치솟은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배추 수입 시 적용하는 관세를 한시적으로 폐지하는 한편 중국산 배추를 추가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김장철 배추 등 채소류 가격 안정대책’을 1일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10월 중국에서 배추 100t, 무 50t을 긴급 수입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국내 수급 상황이 계속 좋지 않을 경우 추가 수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각각 27%, 30%인 배추와 무의 수입 관세를 한시적으로 없앤다. 통상 1∼4월에 출하되는 월동배추의 출하시기를 12월로 앞당겨 가을배추 수요를 대체하기로 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배추 외에 마늘, 고추 등 김장에 필요한 채소 출하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마늘의 경우 10월 말까지 2263t을 조기 수입하고 고추 역시 11월까지 수입 물량 7185t과 계약재배 물량 1만5000t을 시장에 내놓아 가격 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년보다 월동배추 재배량이 많기 때문에 수입 물량 등 공급이 확대되면 11월에는 배추 한 포기 가격을 2000원 선으로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급 확대와 더불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사재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단속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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