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中企 고유업종 지정해 보호…

동아일보 입력 2010-09-30 03:00수정 2010-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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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에 납품가 조정 신청권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29일 청와대에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에 대한 국민경제 대책회의에 앞서 참석 인사들과 대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이 대 통령이 후반기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을 확정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올해 12월 사회 저명인사와 전문가 등 민간인사 위주로 ‘동반성장위원회’(가칭)가 구성돼 ‘중소기업 적합 업종·품목’을 선정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고, 해당 영역에 진입하려는 대기업이 있을 경우 진입 자제를 유도한다.

위원회는 주요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측정할 ‘지수(index)’를 만들고 내년 상반기부터 30대 기업의 ‘협력 성적표’를 공표하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30대 그룹 주요 최고경영자(CEO)와 1∼3차 중소협력사 대표 60여 명, 5대 경제단체장, 국무위원 및 청와대 수석급 이상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 중기조합에 납품가 조정신청권 부여


정부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합의된 사업영역에 대해서는 사업이양권고제도를 통해 이미 진출한 대기업들에도 사업 이양을 유도하기로 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동반성장지수 평가를 통해 우수 기업에는 정부사업 참여 시 인센티브를 주고 부진한 기업에는 불이익을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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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중소기업 간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온 납품단가 후려치기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부여하기로 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에 대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직접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해야 했는데 보복을 당할 수 있어 조정 신청을 꺼렸다”며 “이번 조치로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조정제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를 들어 앞으로 현대자동차에 주물(鑄物)을 납품하는 A사가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을 통해 납품단가 협의를 신청하면 현대차는 신청을 접수한 지 1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자사(自社)에 납품하는 모든 조합 내 중소기업과 납품단가 협의를 해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이 당초 협력업체와 계약한 납품단가를 깎을 경우 감액의 정당한 이유를 서면으로 입증해 협력업체에 제공하도록 했다.

정부는 또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간에만 적용되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1∼2차, 2∼3차 협력업체 간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2, 3차 협력업체도 하도급법에 따라 제품을 납품한 뒤 60일 이내에 결제대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소기업 간에도 공정거래 관행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두 발주 후 일방적으로 대기업이 발주를 취소하거나 불공정한 계약서 작성을 강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업종별로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보급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 자료를 요구할 때도 반드시 목적과 비밀유지 조항을 서면으로 기재하도록 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것을 막을 방침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과 자금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다. 기업 수요를 분기별로 점검해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신축적으로 운영하고 연구기관 위주의 석박사급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 배정도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 자금 지원을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추가 조성했다.

한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SK텔레콤 등 5개 대기업은 2012년까지 1조 원의 자금을 마련해 협력사들의 기술개발, 인력양성, 해외마케팅 등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이날 밝혔다. 정부는 대기업들의 이 같은 협력사 투자에 대해 7%대의 투자세액 공제를 신규 적용하기로 했다.

○ ‘정부 규제’ 아닌 ‘여론 압박’ 통해 불공정 바로잡는다

정부는 이번에 대책을 마련하면서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강제적인 제도 개선’은 피했다. 민간인사로 구성된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주도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 대신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점수’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등 ‘여론 압박’을 통해 대기업의 불공정 행태를 바로잡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정부가 주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협력시켜서는 안 되고, 효과도 없다”며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시장에서 자율적이고 경쟁적인 관계를 주고받을 때 시장경제이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협력업체에) ‘너 아니라도 할 데가 많다’는 일방적 관계에서는 시장경제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력과 상생을 통해 독일의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지명도는 낮지만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과 일본의 장수기업의 장점을 결합한 글로벌 중소기업인 ‘스몰 자이언츠(Small Giants·작은 거인)’가 대거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최중경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동반성장 추진 점검반’을 운영해 이행 상태를 매달 점검하고 분기별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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