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한국 수출확대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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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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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위안화 절상 직접 압박… 中, 통화 서열 재편 시도
日 외환시장 추가개입 예상… 한국, 對日경쟁력 높아질 듯

미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환율전쟁’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일본은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한 외환시장 추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각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고(高)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통화 강세와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며 환율전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3국 간 환율전쟁이 한국 경제에는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고조되는 환율전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경제전문 케이블방송인 CNBC가 생중계한 타운홀 미팅에서 “위안화 가치는 시장의 평가보다 낮게 반영돼 있다”며 “중국은 위안화 절상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실제론 절상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지금은) 중국만 우리에게 팔고 우리는 중국에 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22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의 저평가된 위안화에 대응해 미국 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24일 민주 공화 양당 의원 133명이 공동 발의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을 수출보조금으로 간주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러한 미국의 공세에 강공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해 22일 가진 한 모임에서 “(위안화 절상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얼마나 많은 중국 공장이 부도날지,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실직할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15일 외환시장 직접 개입을 단행하면서 환율전쟁을 촉발한 일본은 시장 재개입을 시사하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불가피했다며 추가 조치를 취할 의향을 내비쳤다.

환율을 둘러싼 세 나라의 마찰은 적어도 11월까지 외환시장을 시끄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지금보다 더 큰 폭의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려 할 것이며 일본에도 일정 정도 ‘시장 개입 자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3국 간 통화전쟁, 한국엔 득?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통화서열 짜기’ 작업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중국이 일본과 한국의 국채를 대거 매입하면서 엔화와 원화의 절상을 유도하는 것은 양국 통화에 대한 위안화의 상대적 약세를 유지해 ‘수출 1인자’의 수출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라는 설명이다. 통화가치가 낮아지면 해당국 통화로 표시되는 수출품 가격이 낮아져 해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윤창용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내수 부양이 힘들어지자 자국의 강점인 수출 드라이브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며 “통화 강세 순서를 엔화와 원화-위안화-달러화 순으로 세움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국 간 환율전쟁 속에 한국 기업들이 수출에서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장광수 한국은행 국제무역팀장은 “환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위안화 절상이 이미 예상돼 있었고 엔고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경합하는 국내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산업은 오히려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일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을 늘려 다른 분야에서 떨어진 가격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엔화 강세는 국내 경제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겠지만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상반기(평균 91.3엔) 기준으로 엔-달러 환율이 올 하반기에 평균 2.5%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0.14%포인트 오르고 경상수지는 4억9000만 달러 개선될 것으로 추정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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