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로 짓는 대한전선 당진공장 르포

동아일보 입력 2010-09-19 19:57수정 2010-09-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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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m 높이에서 내려다 본 당진 평야는 아찔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아직 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은 철근 골조 바닥 위에서 구두를 신은 채 균형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공사현장에서는 기자를 제외하곤 모두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

14일 찾은 이곳은 충남 당진의 대한전선 당진 공장 건설현장. 기자가 서 있던 곳은 세계 최대의 초고압선 생산설비인 '초고압 타워 3호기'였다. 완공되면 전체 높이가 163m에 이르게 된다. 약 50층 아파트 높이에 해당한다.

현재 이 설비는 골조만 완공됐고, 내년 상반기 중 가동될 예정이다. 완공되면 1분에 4m 길이의 초고압선을 뽑아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압선 설비가 된다. 기존의 가장 빠른 생산설비는 대한전선 안양공장의 초고압 타워 2호기였는데 분당 2.5m의 초고압선을 만들었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갓 만들어진 전선이 냉각설비를 지나는 길이를 늘일 수 있기 때문에 더 빨리 전선을 뽑아낼 수 있다.

● 세계 최대의 단일 전선공장


이 공장은 짓기 전부터 두 가지 측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첫째는 규모. 대한전선의 지난해 매출은 약 2조2600억 원. 이 가운데 1조7000억 원 이상이 전선 판매에서 나오는데 대한전선은 이 모든 전선을 경기 안양 공장 한 곳에서 만든다. 대한전선은 세계 9위의 전선회사지만 '세계 톱10' 전선회사 가운데 한 공장에서 제품 모두를 만드는 곳은 없다. 단일 공장으로 대한전선 안양 공장이 지금까지 세계 최대 규모였다. 당진 공장은 생산 규모가 안양 공장의 1.5배다. 부지도 안양 공장(약 7만8000평)보다 넓은 11만 평. 물류 설비 등은 모두 자동화될 예정이다. 김윤수 대한전선 상무는 "단일화된 생산설비로 효율을 높여 선두 기업을 따라잡으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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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건설 방식이다. 안양 공장의 생산을 유지하면서 이를 통째로 당진으로 옮겨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대한전선은 당진 공장에 생산라인을 하나 만들 때마다 안양 공장 라인 하나를 멈춘다. 이같은 순차적인 방식으로 내년 말까지는 안양공장의 모든 생산라인이 당진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 주상복합건물 같은 공장


당진 공장 초고압 타워 3호기는 외벽을 유리로 만든다. 이 때문에 조감도로 보면 대형 주상복합건물을 닮았다. 대한전선 김상익 당진건설팀장은 "유리가 시공비는 조금 더 들어도 적은 유지보수 비용으로 초기 외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야 한복판에 솟은 건물이라 미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완성된 초고압 타워 꼭대기에는 일반인이 방문할 수 있는 전망대도 만들 예정이다. 자연스럽게 기업을 홍보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대한전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룹 차원에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빚을 내가며 세계 2위 전선업체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했던 게 화근이었다. 이 과정에서 쌓인 부채가 6월 말 기준으로 약 1조8000억 원. 대한전선의 매출 및 이익규모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래서 대한전선은 최근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부동산과 계열사 등의 자산을 팔고 있다. 당진 공장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지어진다. 김 상무는 "중동과 중국 등 신흥시장 덕분에 전선 산업 자체는 전망이 좋다"며 "당진 공장은 이런 환경에서 대한전선이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라고 말했다.

당진=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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