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공채 떴네… 엄마가 다 알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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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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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대상 첫 공채에 지원자 엄마 문의 폭주국제기구까지 치맛바람 되레 채용 악영향 우려

요즘 세계은행(WB)의 한국인 대상 정규직 공개채용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에게 하루 평균 10통 이상의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특이한 것은 본인이 아니라 주로 지원자의 어머니들이 전화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여성 지원자인 줄 알고 한참을 상담했는데 나중에 ‘사실은 딸이 지원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어머니들이 많다”며 “대한민국 어머니들이 국제기구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WB는 지난달 30일 한국인 전문가만을 대상으로 공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WB의 공채는 이번이 처음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전례가 거의 없다. 2000년대 들어 WB를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의 직원은 한국의 젊은층에선 최고의 인기직업으로 떠올랐다. 일부 상위권 대학에서는 국제기구 인턴십과 채용 프로그램을 국가고시 준비 프로그램처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재정부도 국민의 관심이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19일 마감을 앞둔 현재 총 172명이 지원했는데 이 중 50여 명은 이번 주에 지원한 사람들일 정도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원자보다 ‘지원자 부모’들이 더 적극적으로 채용 상담을 요청해 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원자 부모의 전화가 많은 것도 놀랍지만, 중고교생을 둔 부모 중에도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또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재정부에서는 국제기구를 향한 부모들의 ‘치맛바람’이 앞으로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한국인이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 부모들의 적극적인 WB 채용 상담이 오히려 국제기구의 한국인 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모의 과도한 관심은 국제기구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젊은이들은 ‘스펙’은 좋지만 정작 문제해결 능력은 부족한 것으로도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국제기구는 단순히 스펙만으로 합격할 수 없다”며 “한국의 입시를 연상시키는 모습은 오히려 국제기구 진출에 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국제기구에 근무했던 한 정부 관계자도 “국제기구에서 성공하려면 외국어 능력과 전문 지식은 기본이고 인종이나 문화적 갈등에서 올 수 있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돌발적으로 터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독립성과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국제기구에 진출해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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