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앱’ 환불규정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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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사유 적어 보내라… 오류 입증 자료 보내라…미리 써보고 살수도 없어… ‘거품 상품’일지라도 일단 내려받으면 사실상 속수무책 《“백화점이나 홈쇼핑에서 옷을 사면 바꿔주는데, 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환불은 까다롭나요. 설명만 보고 사야 하는데 말입니다. 최소한 미리 써보고 살 수 있게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안모 씨(57)는 최근 9900원짜리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가 ‘실수’였음을 깨달았다. 정작 내려받고 보니 설명과 달랐던 것. 환불해 달라고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쉽지 않았다. 원칙적으로는 환불이 안 된다고 했다. ‘최소한 잠깐만이라도 미리 살펴보고 살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여러 차례 항의하자 며칠 후 ‘예외적’으로 환불받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350만 명이 넘었다. 그만큼 애플리케이션을 사고파는 장터 이용고객도 늘었다. 그러나 살 때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지만 환불 규정은 까다로워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써놓은 설명과 이용자 후기만 보고 ‘물건’을 사야 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라는 지적이 늘고 있다.

○ ‘광고’만 보고 사라 한 뒤, 환불은 나 몰라라?

SK텔레콤은 자사가 운영하는 T스토어가 지난해 9월 9일 문을 연 지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3500만 건을 넘어섰다고 8일 밝혔다. 등록 콘텐츠도 5만여 개로 늘었다. 한 사람이 애플리케이션을 월평균 11개 내려받는다는 통계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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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판매자의 설명만 보고 내려받았다가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 환불을 받을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T스토어의 약관에 있는 ‘환불에 대한 규정’에 따르면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은 무조건 안 된다. ‘상품의 기능상 중대한 오류로 해당 상품의 본래 이용목적의 달성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에만 구매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회사의 고객센터에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이것도 환불을 요청하는 사람이 ‘객관적인 입증자료’를 회사 고객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SK텔레콤 홍보실 김지원 매니저는 “디지털 콘텐츠는 원래 법적으로 환불 의무가 없다”며 “사전 검증을 통해 개발자의 설명과 애플리케이션이 일치하는지 일일이 확인해 본다”고 말했다.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도 환불받기는 까다롭다. 아이튠즈를 통해 영어로 사유를 써서 보내야 한다. 실제 환불받은 사례들을 보면 ‘한 번만 봐줘서 환불해 준다’는 답변이 오기도 한다. 사유에 따라 환불을 안 해주기도 한다.

반면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은 환불받기가 쉽다. 구매하고 24시간 내에 스마트폰에서 환불 및 취소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전액 환불이 된다.

○ 소비자 보호 기준 마련돼야

“일반 가게는 마음에 안 들면 안 가면 그만이죠. 그런데 애플리케이션은 한두 곳에서만 살 수 있잖아요.”

대학생 김모 씨(24)는 ‘1000원 2000원 가지고 난리치기 싫어서’ 환불을 요청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을 살 수 있는 곳이 한정된 상황에서 무조건 업체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게 불만이다. 미리 써볼 수도 없고, 판매자의 설명이 과대광고처럼 보이는데도 아무도 규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디지털 콘텐츠는 사용했는지 안 했는지를 분간하기 어렵다. 또 애플리케이션 장터의 운영주체는 생산·판매자가 아닌 ‘중개자’이기 때문에 책임 소지가 적다”며 “아직까지 애플리케이션은 이렇다 할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기준은 없는데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 애프터서비스(AS) 가이드라인에 애플리케이션 환불에 대한 문제를 포함하기로 했다. 통신사업자들이 환불 문제를 소비자들에게 최소한 미리 고지해야 한다는 것. 방통위 이용자보호과 이재범 과장은 “AS 가이드라인은 기기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애플리케이션 환불문제에 대한 이용자들의 지적이 많아 고지의무의 내용을 담았다”며 “이번 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 ‘과장광고’에 대한 문제는 2000년대 초중반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G마켓, 옥션 같은 온라인장터의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처음에는 ‘소비자-판매자’의 문제라며 뒷짐 지던 이들 업체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판매자들의 신뢰도를 평가하고, 환불을 쉽게 하는 ‘애스크로 제도’ 등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의 신뢰도를 소비자가 미리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G마켓 홍보팀 조나빈 대리는 “처음에는 판매량에 따라 신뢰도를 의미하는 별의 개수를 줬지만 요즘에는 소비자 만족도 항목을 포함해 입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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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14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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